[부산일보 칼럼] 양무진 교수
[부산일보 칼럼] 양무진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7.06.2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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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재개 없이 남북관계 복원 어렵다

  개성공단이 중단된 지 1년 4개월이 흘렀다. 다수의 국민이 재개를 기대하고 국제사회의 관심도 많다. 문재인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을 계승·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개성공단 사업은 김대중 정부 시기 사업에 합의하고 노무현 정부 시기 첫 생산품이 출시됐다. 개성공단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 이행이라는 상징성이 담겨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0일이 흐르고 있다. 남과 북은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간접적인 기대는 있는 듯하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개성공단 사업을 비롯한 남북경협 재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개성공단 내의 차량이나 도로, 시설, 장비에 대한 기본적인 점검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징성 담긴 개성공단 재개

  협력 정신 토대 전략적 접근 필요

  유엔·미 대북제재 해결 가능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 방안

  북핵 문제 연계 땐 출발 어려워 

  北 대화 채널 복원 결단 기대

  최근 개성공단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는 느낌이다.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를 북핵 문제와 연계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북한은 핵 문제는 북·미 간에 논의하고 경제협력 문제는 남북 간에 논의하는 군경 분리 전략을 가진 듯하다. 개성공단 사업은 북핵 문제와 관계없이 출발했다. 북핵 문제가 악화되던 이명박 정부 시기에도 가동은 유지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과 연계해서 일시 중단시켰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연계해서 전면 중단시켰다.

  개성공단 사업 재개는 쉽지는 않겠지만 남북 협력 정신에 토대한 전략적 접근을 한다면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닌 듯하다. 재개의 출발점에서는 북핵 문제와 분리하고 재가동 후 확대 시에는 북핵 문제와 연계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개성공단과 북핵 문제의 관계에 있어 정책적으로는 분리하고 전략적으로는 연계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 방법이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와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가 걸림돌이다. 대북제재의 주요 내용은 금융, 보험, 임금 직불 문제 등이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2321호 31항에 북한 지역 내 금융기관 개설을 금지하고 있다. 개성공업지구지원법을 개정해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 제한적인 금융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도 있다. 국제법적으로 은행이 아니면서 지급결제 업무를 제한적으로 취급하는 신용협동조합이나 새마을금고와 같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북한의 조선민족보험총회사는 미국의 제재 대상이다. 조선민족보험총회사 개성사무소를 폐쇄하고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보험과를 신설하는 것이 해법일 수 있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2321호 34항에 북한 노동자의 임금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근로자에게 임금 직불을 촉구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규정 제95호 제5조에 단체협약 또는 근로자의 동의가 있을 경우 간접 지급도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이 있다. 근로자의 임금명세서 확인·서명 후 근로자 대표기관을 통한 간접적인 지불 방법이 해법이 될 수 있다.

  개성공단 재개는 단계적인 접근이 현실적이다. 남북한의 정치 구조상 특사 상호 교환방문이나 고위급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제반 문제를 하나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일괄상정·일괄타결·동시행동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9년을 거치면서 남북 당국 간의 불신의 골이 깊고 현안에 대한 입장 차이가 두드러졌다. 개성공단 재개 문제는 대북제재와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 사안이기 때문에 단번에 풀기가 쉽지 않다. 단계적 접근이 적실성을 지닌다.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 없이 남북관계 복원이 쉽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 재개의 출발점에서 북핵 문제와 연계한다면 문재인 정부 5년 임기 내 개성공단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인들도 조급증을 버리고 문재인 정부와 함께 고민하고 호흡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재개가 그리 먼 훗날 일은 아닐 것이다.

  북한도 문재인 정부의 유연한 입장에 외세 배격, 핵 고도화, 여종업원 송환 등의 기싸움만 할 것이 아니라 대남 비방을 즉각 중단하고 판문점연락사무소 복원과 서해·동해 통신채널을 선제적으로 복원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북한 정권은 유한하고 북한 주민은 무한하다. 북한의 지식인들은 핵과 미사일이 북한 정권의 생존 수단이 될 수는 있어도 북한 주민들의 생존 수단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위 글은 부산일보 2017년 6월 20일(화)자 30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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