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인터뷰] 박재규 총장
[경남도민일보 인터뷰] 박재규 총장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7.05.1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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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최우선 과제는 남북관계 정상화"

  국민적 합의 거쳐 대북정책 추진

 

  투 트랙 등 다양하게 접근해야

  민간·인도적 차원 교류와 지원

  대북특사 파견 회담채널 검토도

 

  40여 년간 남북관계·통일문제 해결의 외길을 걸어온 박재규 경남대 총장은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다. 통일부장관 재임 시 긴장과 대립 국면의 남북관계를 대화와 교류 무드로 바꾸고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간 신뢰를 구축했다. 박 총장은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로 남북관계 정상화와 복원을 꼽았다. 박 총장은 장기간 대립으로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한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민간 차원의 인도적 지원, 사회·문화 교류 협력, 이산가족 상봉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힌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어떠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하는지 박 총장에게 해법을 물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지금 남북관계는 긴장 국면입니다. 따라서 최우선 국정과제가 새로운 대북정책 수립입니다.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을 연 김대중 정부를 시작으로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하신다면.

 

  "지금까지 추진한 대북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일관성 결여입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대북 포용정책으로 남북관계의 진전을 이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이를 계승·발전시키지 못하고 대북 강경정책으로 전환해 남북관계가 경색·폐쇄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남북관계 발전과 함께 북핵문제 해결을 모색한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야 남북 간의 대화·교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비핵화도 남북관계도 퇴행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북핵문제는 미·중과 공조해 나름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서도 핵 문제 해결에 적극 기여하는 등 제재와 협상의 '투 트랙(Two Track)' 접근이 필요한 과정입니다. 또한, 대북·통일정책은 국민적 합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추진력과 생명력을 가질 수 없는데, 그동안 대북정책이 얼마나 국민적 합의에 기반해 추진됐는지는 되새겨봐야 합니다.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적 합의의 토대가 이뤄진 바탕 위에서 정책이 추진돼야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나름의 힘과 신뢰가 생기는 것입니다."


  -남북관계는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들 나라와의 새로운 관계 정립도 새 정부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새로운 대북정책 수립을 위한 주변국 외교의 방향은?

  "최근 들어 미·중이 북핵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소위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한국 제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중·일·러 등 주변 4강이 북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 해결 방향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 당사자인 우리가 주도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미국은 제재·압박을 통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고, 중국은 대화·협상을 통해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이 입장 차이를 좁히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소한 한반도 문제만큼은 우리가 미·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주도자·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외교 시스템을 정비하고 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북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북한에 대한 제재·압박과 함께 북미대화 및 6자회담 등을 통한 해결을 동시에 모색해야 합니다."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을 통해 주변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가 방한해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목이 새 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외교안보 고위정책 결정자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오 CIA(중앙정보국) 국장 등이 연이어 방한, 한반도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한 경고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새로운 대북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큰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취했던 '전략적 인내'의 종료를 선언한 이후 새로운 대북정책으로서 '최대의 압박과 개입'을 제시하였습니다. 미국 외교의 최우선 정책은 북한의 핵 문제이며 경제 제재·외교적 압박으로 핵확산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것이며, 미국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로운 비핵화를 추구하며 그 목표를 향해 '협상의 문'을 열어두는 것입니다. 새 정부는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 추진에 우리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새 정부의 철학과 비전, 대북정책 기조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중량감 있는 인사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미국에 특사로 파견해,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제고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대북정책은 화해 협력, 평화 번영, 비핵·개방, 신뢰와 균형이 핵심 기조였습니다. 대북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평화와 통일입니다. 더 나은 대북정책을 위해 구체적으로 새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요.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 기조로 제시한 많은 방안은 모두 나름의 의미와 철학을 담고 있으며, 이미 충분히 제시됐다는 점에서 굳이 새롭고 다른 대북정책 기조를 찾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못한 것은 제시한 방안대로 추진되지 않았고, 남북 간 합의 결과 이행이 제대로 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새 정부는 남북관계 정상화와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새로운 대북·통일정책 추진 로드맵을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기존에 남북한이 합의했던 주요 내용 가운데 신뢰 회복 및 관계 개선을 위해 추진해야 하는 사안이 무엇인지 선별하고, 이를 북한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실천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북핵문제 해결에 최우선의 정책목표를 두고 '투 트랙' 방식의 접근 등 다양한 노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또한, 새 정부는 국민적 합의에 기반을 둔 대북정책을 추진할 때 힘과 신뢰가 발휘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새 정부가 지향하는 대북·통일정책 추진 방향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중단된 민간 차원의 대북교류 활성화, 금강산 관광 재개·개성공단 재가동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부 당국자 간 회담 이전에 민간교류 활성화를 위한 대북 접촉을 늘려가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나요.


 
  "북한이 핵·미사일을 고도화함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은 더욱 강화되었고, 이 과정에서 지난 정부는 민간 차원의 남북 간 교류·협력까지 모두 중단시켰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남북한 간의 대화와 적정한 수준의 교류·협력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 스포츠 교류, 인도적 지원 등과 같은 교류·협력은 남북관계 상황이나 정치적 이유로 제한받지 말고 꾸준히 지속되어야 합니다. 남북관계를 단절시키고 폐쇄된 상황은 북핵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북정책은 현안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과 긴 안목에서 꾸준히 추진해 지속성이 보장되어야 할 전략적 부분을 구분해서 추진되어야 합니다. 제재·압박과 함께 대화와 협상, 협력이 병존해야 문제 해결을 위한 나름의 출구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새 정부는 민간 차원의 남북 간 교류·협력이 큰 문제가 없으면 적극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민간급 차원의 교류와 인도적 차원의 지원·협력은 문제 해결에 긍정적 여건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는 바가 작지 않기 때문입니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을 위한 여러 조건에 대해 좋은 말씀 주셨습니다. '남북관계 잃어버린 9년'이 아닌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남북관계를 위해 새 정부의 대북정책 이렇게 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남북관계 복원입니다. 남북 간 불신이 심화한 상황에서 벗어나 신뢰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먼저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이 이뤄져야 합니다. 특히,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문제를 비롯한 현안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려면 당국 간 회담 채널을 조속히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한 대북특사 파견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아울러 새 정부는 통일·외교·안보 부문의 개혁과 발전적 관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외환경 변화와 주변국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졌고, 남북관계 등 주요 현안이 모두 연계돼 있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에 대한 미·중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교차하고 이것이 남북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감안해 대북·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할 뿐 아니라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새 정부는 전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위 글은 경남도민일보 2017년 5월 11일(목)자 7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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