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칼럼] 서쌍희 교수
[경남도민일보 칼럼] 서쌍희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7.04.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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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성적 쾌락 느끼는 두뇌회로 쉽게 둔화

  배신당한 사랑, 다칠 때처럼 뇌에 상처

 

  2001년 개봉한 이영애·유지태 주연 영화 <봄날은 간다>는 필자가 좋아하고 기억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 주인공 상우의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말에 내 마음이 다 허물어졌었다. 하필이면 그날 대낮에 혼자 영화관을 간 탓에 아직도 또렷이 그 장면을 기억한다. 상우의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사랑은 과연 어떻게 변하는 것일까?

  미국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루시 브라운은 사랑과 뇌 기능의 연관성을 알아보고자, 연애 초기 단계(평균 7개월) 사람들에게 자신의 연인 사진을 보여준 뒤 뇌를 촬영해 뇌의 활성화 부위와 정도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 황홀한 쾌락을 느끼게 하는 쾌락회로 부분이 강하게 활성화되고, 동시에 이성적 판단에 중요한 전전두엽의 활동과 사회인지에 관여하는 측두극과 두정측두 결합부의 활동이 둔화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랑에 빠지면 눈에 콩깍지가 씌어 다른 사람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의 이상한 행동에 대한 판단도 흐려져서 무조건 좋게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그때 내가 왜 그랬지?' 하는 장면이 꼭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성적 충동을 일으키는 사진을 보여주면 쾌락회로 부분이 강하게 활성화되지만, 그렇다고 이성적 판단 부분과 사회인지 부분의 활동이 둔화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사랑과 쾌락의 뇌 부위가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10년 넘게 연인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참가자 대부분의 쾌락회로가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 결과를 보면 '사랑의 유효기간은 2년이다' '세월이 지나면 사랑이 식는다'는 말이 옳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여전히 쾌락회로가 활성화되는 몇 사람은 특이한 사람들일까? 이에 대한 답은 미국 메릴랜드대 동물학 교수 수 카터의 프레리들쥐 연구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프레리들쥐는 설치류에서는 드물게 일부일처제를 지키며, 번식기가 아닐 때에도 상대방에게 친밀한 태도로 접근한다. 또한 부부 유대를 형성하고, 자녀 양육에 암컷과 수컷 모두 참여한다. 암컷 프레리들쥐에게서 분비되는 옥시토신 호르몬은 두려움을 느끼는 뇌 부분의 활성화를 낮춰주고 수컷에 대한 신뢰를 높여준다.

  수컷 프레리들쥐에게서 발견되는 바소프레신 호르몬 수용체의 분포는 다른 바람둥이 들쥐와 달랐다. 이 다른 분포는 연인에게 집중하는 성향을 나타내면서 동시에 새로운 암컷에 대한 선택적 공격 신경회로를 만들어낸다. 한 배우자에게만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오래된 연인의 쾌락회로가 여전히 활성화된다는 것은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 호르몬이 활발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이 덕택에 애착과 유대를 강화시켜, 장기간 헌신과 결합을 위한 신경회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오래된 부부를 가족, 친구, 군대동기로 묘사하는 것은 틀리지 않은 표현이다.

  이렇게 열렬한 사랑도 사랑의 상실과 배신을 경험하게 되면 생존에 위협을 받는 것처럼 편도체가 공포와 불안을 느끼게 된다. 전두대상피질은 부정적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되어 우울증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에단 크로스 박사는 옛 연인의 사진을 보여줘서 상처받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실험과 뜨거운 커피를 쏟는 가상실험을 했다. 실험참가자들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로 측정한 결과 뇌의 동일한 부위가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인에게 버림받은 사람의 뇌는 물리적 고통과 동일하게 뇌에 상처를 남기는 것이다.
 
  최근 한 방송사가 벚꽃축제 시즌을 맞아 온라인에서 기승을 부리는 '벚꽃알바'를 보도했다. '벚꽃알바'는 벚꽃놀이를 함께 즐겨주면 상대에게 대가로 돈을 주는 것이다. 온라인 만남 특성상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필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 벚꽃놀이를 함께 즐긴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려고 이렇게 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사랑과 쾌락은 다른 것이다.

<위 글은 경남도민일보 2017년 4월 14일(금)자 10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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