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칼럼] 양무진 교수
[부산일보 칼럼] 양무진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7.02.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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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재가동 해법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정상적 상거래 명시적 제한 없어
  임금 직불 등 장애물 해결 가능 

  전략적 접근 요구되는 재가동 
  남북관계 개선-북핵문제 해결
  선순환 강조 주변국 설득 필요

  가동 중단 1년을 맞는 개성공단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2월 10일 개성공단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정부는 개성공단 사업을 북핵문제와 연계했다. 남북관계의 암흑시대가 시작됐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은 별로 다를 바 없음이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은 실패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지 못했고 남북관계도 후퇴시켰다. 그런 가운데 개성공단 사업만은 유지됐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실패했다. 북한의 핵능력은 고도화됐고 남북관계는 단절됐다. 대화의 틀도 없고 오고 가는 길목도, 연락 채널도 없다. 개성공단 사업마저도 전면 중단됐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가 더 크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역사적 교훈은 과거의 좋은 점은 계승하고 미흡한 점은 개선해 나간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단점을 계승했기에 대북정책 실패는 시작부터 잉태되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 사드 배치 결정에 있어 지역 주민들에게 사전 설명이 없었다. 국회와의 논의 과정도 없었다. 위안부 합의에서도 피해 할머니들과의 사전 협의가 없었다. 10억 엔의 기금과 평화의 소녀상 철거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설명이 없다. 민주정부는 상향식 정책 결정 과정을 중시한다. 주무부처가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한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가 한두 개의 해법을 만든다. 대통령이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린다. 박근혜 정부는 하향식 정책 결정 과정을 선호했다.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정책 결정을 한다. 상임위원회에서는 대통령의 결정을 토론 없이 추인한다. 주무부처는 홍보부의 역할을 한다. 비민주 정부의 전형적인 정책 결정 과정을 보여 준다.

  개성공단 재가동의 장애물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안과 미국의 독자제재, 우리의 독자제재 등이다. 구체적으로 개성공단 내 금융기관 설치 문제, 보험 업무 취급 문제, 임금 직불 문제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2321호 31항은 북한지역 내 금융기관의 지점·은행계좌 개설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마을금고 또는 신용협동조합이 하나의 해법일 수 있다. 금고와 신용조합은 비은행예금취급기관으로서 정부가 지급결제 업무를 제한적으로 취급하도록 승인만 하면 된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 금고 또는 신용조합 금융기관 업무를 대행할 수도 있다. 개성공업지구지원법 제19조를 개정해서 외환 업무 취급 규정을 마련하면 된다. 우리와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에 북한의 '조선민족보험총회사'가 포함되어 있다. 북한도 법령을 개정해서 조선민족보험총회사 개성사무소를 폐소하고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보험과를 신설하면 된다.

  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2321호 34항은 북한 노동자의 임금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엔 회원국들의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임금을 근로자에게 직접 지불하라는 것이다. 북한은 개인의 외화 보유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규정 제95호 제5조에 '임금은 국내 법령, 단체협약 또는 중재재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또는 관련 근로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관련 근로자에게 직접 지불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근로자가 임금명세를 확인하고 서명한 후 '근로자 대표'를 통해 간접적인 지불을 하는 방안이 하나의 해법일 수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서는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유엔 안보리의 규정에는 '군사적 강제조치' 조항은 있어도 '경제적 강제조치' 조항은 없다. 대북제재결의안에 정상적 상거래에 대한 명시적 제한도 없다. 5월 출범이 예상되는 새 정부는 개성공단 사업이 경제 요인이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 중단되는 일이 다시는 발생되지 않아야 함을 분명히 천명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비핵화 관련 긍정적인 조치를 취하면 개성공단 사업 재가동이 빨라질 수 있다는 대북 메시지도 요구된다.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과 남북관계의 특수성,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의 선순환을 강조하며 주변국들에 대한 설득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면 기업인들도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정부는 북한이 우리의 의지대로 개성공단 재가동에 순수하게 호응하지 않을 수 있음도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위 글은 부산일보 2017년 2월 16일 (목)자 38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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