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경남시론] 최낙범 교수
[경남신문 경남시론] 최낙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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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1.2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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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탄핵정국

  2016년 병신년은 가고 2017년 정유년이 시작됐다. 1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었고 이번 주 토요일 28일은 설날이다. 최순실이라는 한 민간인이 국정을 농단한 사건으로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최순실게이트로 고발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27일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했다. 다음 달 11월 20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그들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국회는 최순실게이트의 국정조사를 위해 지난해 11월 16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11월 22일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특별법을 제정했다. 그리고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변론을 심리하고 있다. 특별검사는 최순실 등이 국정을 농단한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국회의 국정조사특위는 재계, 관계, 학계, 청와대 관련자들을 불러 청문회를 했다. 한편, 대통령의 단핵을 촉구하는 촛불시위는 새해에도 토요일마다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13차례 촛불시위가 계속됐다. 다른 한쪽에서는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시위도 10차례 동시에 열렸다.

  이런 와중에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을 탈당한 국회의원들이 ‘바른정당’을 만들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4당 체제가 됐다. 국회와 정당들은 탄핵정국을 헤쳐 나가기 위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 그들의 시선은 국민이 아닌 집권을 위한 대선을 향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지키지 못할 공약(空約)을 남발하면서 대선정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탄핵의 문제는 대선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 부정부패와 비리를 척결하는 것이다. 주객이 전도된 우리 사회를 국민이 주인인 사회, 국민의 대리자인 권력자들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국민이 그 책임을 묻는 민주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누가 이 나라를 바로 세울 것인가? 국회와 정당이 앞장서야 할 것이 아닌가! 탄핵정국을 책임지겠다는 정당과 정치인은 보이지 않고, 남의 허물만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재판장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장에, 국회의 국정조사에, 특별검사에 불려나온 재벌 총수, 장차관, 청와대의 전현직 비서들, 대학총장과 교수 등 최순실게이트 관련자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은 국정을 농단한 일이 없고, 그 일은 모르는 일이라 하고 잘못이 없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는 국민들은 가슴이 터진다. 그런데 권력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은 입을 다물고 마치 상관없는 일처럼 외면하고 있다. 오늘의 국정농단 사태가, 가진 자들의 부정부패와 비리가 온존하는 것은 공무원들이 그 세력들을 비호하고 뒤치다꺼리를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국민의 봉사자인 공무원들이 그 책임을 통감하지 못하고 정치의 그림자 속에 몸을 감추고 복지부동하고 있다.

  대통령을 탄핵하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는 나라, 대통령만 새로 바뀌면 탄핵 사태를 야기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일까?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한 지 올해로 30년이다. 그동안 6명의 대통령을 선출했다. 5년으로 끝나는 대통령의 말년은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온갖 부정부패와 비리로 얼룩졌다. 그나마 탄핵으로 물러난 대통령이 없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경이다. 우리 국민의 삶과 미래는 대통령 임기 5년을 주기로 제자리걸음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탄핵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정치와 행정과 기업을 신뢰하고, 꿈과 희망을 가지고 행복하게 내일이 있는 삶, 5년의 세월이 주춧돌이 되어 10년 20년의 미래를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없는 것일까?

<위 글은 경남신문 2017년 1월 23일 (월) 23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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