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칼럼] 이재성 시인
[경남도민일보 칼럼] 이재성 시인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12.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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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서막

  12월 12일에 이어 14일이다.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9~10㎞지역에서 규모 3.3의 여진이 발생했다. 10월 10일 이후 두 달여 만에 긴급재난문자가 또다시 발송됐다. 동시다발적으로 울리는 알림 사이로 홀로 전화를 걸고 있는 나를 만난다. 익숙함이 이럴 때 무서워진다. 약 23.5도 기울어져 자전하는 지구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몸도 마음도 흔들리고 있다.

  10월 29일 1차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7차 촛불집회가 이어지는 동안 대통령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흔들리는 촛불들은 꺼지지 않았다. 촛불들이 창원시청 앞 광장에 모여든다. 하나의 촛불이 다른 촛불들을 밝히고 점점 늘어갔다. 흔들리는 촛불들은 대한민국의 광장들을 가득 메웠다. 광장이 뜨겁게 들끓고 있다. 하나일 때는 몰랐던 힘들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간다. 그 모습은, 그 소리는 하나의 뜨거운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고 있다. 한 방향을 향해 진실을 밝히려는 불빛. 우리가 궁금한 것은 바로 진실이다.

  대통령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사실을 모른 채 탄핵안이 가결되면 폭동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그 사람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창원시청 앞 광장에 모여드는 국민들을 보며 폭동을 걱정하는 당신의 모습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아직도 갈 길이 먼 것만 같다. 재벌총수부터 실세 없는 청문회가 이어지는 동안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온 국민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모르쇠를 말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 온 국민이 앓고 있는 열병은 원인불명의 병이 아니다. 진단은 이미 내려졌다. 처방이 필요하다. 국민들은 해무 속에서 찾으려 애쓰고 있지만 그들은 숨기려고 한다. 그들 서로의 말들이 위증의 위증을 만들어 내고 있다. 명확하지 않은 7시간의 진실을 우리는 두 눈 부릅뜨고 밝혀낼 것이다. 국민들의 뜨거운 촛불이 태양이다. 태양이 뜨면 해무는 사라진다. 그것이 국민들 대표한 사람들이 혈세를 받고 할 일이다. 하지만 세월호는 아직 바닷속에 있다.

  바다 위에서 쓰나미주의보가 발령됐다. 선박자동식별장치(AIS)가 경고음을 울렸다. 얼마지 않아 바다 위에서도 큰 너울이 일어섰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두 다리 바짝 힘주었다. 온몸에 힘주어 버티려 했다. 힘을 주면 줄수록 다리에 더 큰 쥐가 났다. 내가 생각하는 바다는 이런 바다가 아니라 생각했다. 부정하면 할수록 더욱 커져가는 너울은 수없이 나를 흔들리게 만들었다. 그때 바다가 알려주었다. 흔들리면 흔들림을 받아들이라고. 큰 파도를 넘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으면 안 된다. 파도의 결을 따라 뱃머리를 들이밀어야 한다. 너울의 힘에 부딪치려 한다면 그 배는 산산조각 나고 말 것이다.
 
  광장의 문화가 축제의 문화로 바뀌고 있다. 이제 우리는 즐겨야 한다. 지루하고 긴 법적 공방이 지속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도 우리들이 바라는 진실은 좀 더 멀리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연한 것은, 진실은 하나둘씩 꼬리를 물고 밝혀질 것이다. 그것을 믿기에 오늘도 광장에 모여드는 국민들이 희망이다. 다시 흔들리는 촛불들이 보인다. 12월이 지나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될 것이다. 이곳에 모인 국민 중 어린아이부터 이 문화를 느끼고 있다. 아니, 즐기고 있다. 이들이 대한민국을 새롭게 변화시킬 것이다. 이들이 새로운 꿈을 꿈꾸며 살아갈 대한민국을 위해 오늘도 우리는 광장에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한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축제를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 축제의 서막은 이제 시작이다!

<위 글은 경남도민일보 2016년 12월 16일 (금)자 10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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