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일보 칼럼] 정일근 교수
[경상일보 칼럼] 정일근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12.16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정한 국민의 새해를 기다리며

  12월이 저물고 있습니다. 꿈이라면 악몽도 이런 악몽이 없을 것 같은데, 12월이 연말연시를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시간만이 혼이 빠진 대한민국을 밀고 갑니다. 주저앉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이 나라를 그래도 가야한다고 일으켜 세우며 갑니다.

  비유하자면, 시간의 시, 분, 초침에 산산조각이 난 몸을 얹어 놓고 째깍째깍 흘러가는 꼴입니다. 누군가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대책 없는 12월 앞에 희망은 절망의 반대말이 될 수 없습니다. 희망은 존재하지 않는, 그려지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유토피아 같습니다.

  정치권은 답이 없는 질문만 합니다. 새삼 정치의 뜻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국립국어원 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돼 있었습니다.

  묻습니다. 지금 누가 나라를 다스립니까? 누가 권력을 획득하고 있습니까? 누가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합니까? 누가 사회질서를 바로 잡습니까? 그들은 아무도 답할 수 없습니다. 아니 답을 모를 것입니다.

  지금 정치가 세월호 7시간의 뻔한 답을 찾기 위해 시간을 다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 사회는 어떠합니까? AI(H5N6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1500만 마리의 닭이 살처분 되었습니다. 살처분이란 살아있는 생명을 죽여서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죄가 어디 있습니까? ‘정치하는 동물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국회가 도탄에 빠져있는 그 사이에, ‘AI 의심 닭이 낳은 달걀 274만개가 우리 밥상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국은 피해 방지에 분주하지만,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해야 하는’ 정치의 무관심으로 사실상 손 놓은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쪼르르 달려와 현장방문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던 그들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이 칼럼에서 ‘하인리히의 법칙’의 예를 들어 경고했는데도, 울산 군부대에서 화약폭발이 일어나 병역의 의무를 다하던 청년들이 중화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저는 감히 경고합니다. 우리 스스로 경계를 늦추면 또 어떤 대형사고로 울산을 ‘사고의 수도’로 만들 것입니다. 경주발 지진은 연이어 3.3규모의 여진을 보여주며 우리 옆구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여진이 549회나 일어난 사실은 아시는지요? ‘피해가 없을 듯’이라는 발표에 속지 마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 생긴 실금이 우리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사회가 신문이라면 국민의 눈이 온통 정치면에 쏠리고 있을 때 경제가, 사회가, 세계가 그동안 이룩해 놓은 대한민국의 자장을 잃고 심하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추락하고 있습니다. 이런 해를 툭툭 털 듯 떠나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고 싶지만, 아무리 간절곶에 한반도 남쪽에서 가장 빠른 새해가 떠올라도 새 술을 담은 새 부대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당분간은 도진개진의 국민고통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의 희망은 ‘촛불혁명’을 만들어낸 ‘국민’에게 있습니다. 삼산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촛불을 밝힌 ‘시민’에게 있습니다. 그 촛불의 힘이 나라꼴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들을 완전하게 퇴진시키는 그때가 국민이 갈망하는 새해가 시작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땐 울산의 정치도 젊고 건강하게 바뀔 것이라고도 믿습니다.

  이번 칼럼으로 독자들께 작별인사를 드립니다. 기명으로 감성칼럼을 맡았지만 오히려 불편하게 해드렸습니다. 요즘 바다는 대구 철입니다. 싱싱한 대구로 시원한 탕을 끓여 희망의 잔을 높이 드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랍니다. 고마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정일근 시인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언론출판원장

<위 글은 경상일보 2016년 12월 16일(금)자 19면에서 게재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