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기고] 변종현 교수
[경남신문 기고] 변종현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12.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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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를 알아보는 안목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좋아하거나 남들보다 재능이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영역이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이러한 부분을 잘 알아서 꾸준히 노력하면 그 분야에 전문가로 우뚝 설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남들이 인정해 주고 또 그에 걸맞은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면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역사적으로 영웅들은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는 군주(君主)를 만났을 때 더욱 큰일을 감당했다.

  예로부터 병법의 최고 전략가로 한신(韓信)을 손꼽는다. 한신은 한고조 유방(劉邦)을 만나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했고 또 그 능력 때문에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당했던 인물이다. 한신과 대조적 행동을 보인 인물이 장량(張良)인데, 장량은 유방의 성품을 알았기에 천하가 통일되고 나서 곧바로 장가계(張家界)로 낙향해 천수를 누렸다.

 


  고려말 이제현의 <회음표모묘(淮陰漂母墓), 회음의 표모 무덤에>는 한신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했던 항우(項羽)의 안목을 호되게 질책하고 있다.

 

  婦人猶解識英雄(부인유해식영웅) 부인도 오히려 영웅을 알아보고서

  一見慇懃慰困窮(일견은근위곤궁) 한 번 보고 은근하게 곤궁함을 위로했는데

  自棄爪牙資敵國(자기조아자적국) 스스로 날랜 장수 버려 적국에다 보탰으니

  項王無賴目重瞳(항왕무뢰목중동) 항왕은 무뢰하게 눈동자만 겹이었네.

 

  진(秦)나라가 망하고 유방과 항우가 천하를 다툴 무렵, 한신이 미천했던 시절에 낚시를 하면서 배가 고팠다. 이를 본 빨래하던 아낙이 측은하게 여겨 밥을 주었다. 한신은 너무 고마워 “내가 반드시 이 은혜를 갚겠다” 하니, 아낙은 화를 내며 “내가 왕손(王孫)을 가엾게 여겨 밥을 주었는데, 어찌 보답을 바라겠는가?”라고 했다. 나중에 한신은 아낙을 찾아 천금(千金)으로 보은했다고 한다.

  한신은 항우를 찾아갔으나 항우는 그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고 낭중(郎中)에 임명했다. 한신은 결국 적국인 한(漢)나라 유방에게 돌아가 소하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대장군이 됐다. 전구에 나오는 조아(爪牙)는 맹수의 발톱과 어금니를 나타낸 말로, 뛰어난 능력을 갖춘 신하를 뜻하는 말이다. 결국 항우는 타고난 자질은 옛날 성군(聖君)이었던 순임금처럼 겹 눈동자(重瞳)였지만 한신을 알아보는 안목은 빨래하던 아낙인 표모만도 못함을 호되게 질책하고 있는 것이다. 즉, 항우는 겉모습은 성군의 자질을 타고 났으나 실제로는 무뢰한(無賴漢 : 되먹지 못한 놈)으로, 빨래하던 여인의 안목만도 못했으니 참으로 우습다는 것이다.

  이 시를 통해 이제현은 항우가 군왕의 필수 자질인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도 갖추지 못한 채 눈만 성군의 꼴을 닮았다고 풍자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를 경영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을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6년 12월 14일(수)자 23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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