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일보 칼럼] 정일근 교수
[경상일보 칼럼] 정일근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11.1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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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 역시 그곳에 있었다

  광화문에 그날 모였던 100만의 촛불은

  헌정 바로 세우라는 5천만 국민의 요구

  대통령은 국민에게 ‘희망’을 돌려주길

  그건 단지 숫자 100만의 국민이 아니었습니다. 5천만 국민의 요구를 전달하는 자리였습니다. 사실상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뿌리 채 흔들려버린 헌정을 바로 잡기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엄정한 시위였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수많은 국민시위를 지켜보았지만, 그날처럼 ‘아름다운 시위’는 처음이었습니다.

  지난 주말 3차 촛불시위 현장인 광화문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성숙된 시위문화를 보며 이 나라 국민인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날 구호 유행어 중에는 ‘내가 이러려고 ~이 되었나’가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되었나’는 말을 되받아치는 것이었습니다. 필자 역시 이런 대통령의 국민이 되기 위해 납세의 의무를 다하며 성실하게 살아왔는지 억울했습니다.

  양파 수천 개를 까도 따라올 수 없는 국정농단 사태는 국민들에게 분노와 허탈, 상실감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이게 나라냐?’는 구호가 뒤를 따랐습니다. 초·중·고 학생들은 물론 대학생까지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보여준 말과 행동에, 그 엄청난 특혜에 당당한 목소리로 항의했습니다. 이 나라 미래를 만들며 살아나갈 학생들에게 부끄러웠습니다. 박근혜 게이트, 최순실 게이트의 결자해지는 대통령의 몫입니다. 대통령은 즉시 그들에게, 국민에게 ‘희망’을 돌려주시길 바랍니다.

  필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사회진출을 도와야 하는 선생이기에 더욱 화가 납니다. 박 대통령이 청년들에게 애드벌룬을 날린 ‘창조경제’가 있습니다. 창조경제(創造經濟)는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John Howkins)가 주창했습니다. 지식과 정보를 이용하는 창조적인 경제활동을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정부는 ‘국민 개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과학기술과 IT를 접목하고,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의 융합을 촉진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창조경제라고 포장해 발표했습니다.

  지난 2014년 9월부터 전국 17개 지역에 18개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역별 산업특성과 지원 대기업의 역량을 특성화에 초점을 맞춰 운영되었습니다. 울산에는 현대중공업이 조선·의료기기 분야에, 창원에는 두산 기계장비 분야에 창조경진혁신센터를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대학생이, 청년들이 창조경제에 희망을 걸고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그러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박근혜 게이트로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창조경제에도 최순실의 일당이 뿌리를 갉아먹는 결과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 조만간 그 나무는 쓰러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업이 문을 열어 새로운 사업을 펼치고 신규직원을 채용하게 독려해야 할 대통령이, 청와대가 기업의 발목을 비틀어 그 돈이 최순실 일당의 주머니로 다 들어갔으니 이 나라 경제는, 청년들은 어떤 문을 두드려야 합니까?

  대통령의 지지율이 5%입니다. 20대 지지율이 0%입니다. 울산의 민심도 떠났습니다. 부산·울산·경남지역도 5%입니다. 그런데도 울산의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모두 ‘친박’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친박모임에 어김없이 그 얼굴들이 TV에 보입니다. 친박은 대통령을 찬성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무작정 찬성은 ‘거수기’에 불과합니다. 왜 쓴 소리를 못합니까? 유권자들이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날 광화문에 모인 100만이 한 목소리를 외친 말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1조입니다.

<위 글은 경상일보 2016년 11월 18일(금)자 19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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