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일보 칼럼] 정일근 교수
[경상일보 칼럼] 정일근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08.1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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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여름, 더 무서운 여름의 끝

  푸른색이 울창한 도시숲 조성 시급

  전기료 누진제도 여름엔 없어져야

  국민의 고통으로 장사해서는 안돼


 
  ▲ 정일근 시인·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언론출판원장

  ‘더운데 어떻게 지내십니까?’라고 여름안부를 묻기가 미안합니다. ‘대책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여름입니다. 여름의 어원이 ‘열매’(實)입니다. 푸른 열매를 익게 하는 계절인 것이지요. 하지만 그 열매까지 다 녹여버리는 더위는 여름이 아닐 것입니다. 더위가 쉬지 않고 전력 질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상청은 잦은 오보로 ‘오보청’으로 전락했습니다. 기상청은 예보 기능을 상실하고 ‘올해 7월 가장 더웠다 기상관측 136년 사상 최고’, ‘찜통더위 서울, 8월 평균기온 109년 만에 최고’라는 등의 보도자료나 내고 있습니다. ‘오보청’이 더운데 덥다고 하는 것은 국민의 화를 돋우는 일인 것을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상청이 국민들을 짜증나게 만든 것 중에서 날마다 최고 기온을 기록한 도시를 소개하는 것도 있습니다. 비공식적으로는 경북 경산이 40.3℃로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고, 공식적으로는 경북 영천이 39.6℃로 올 여름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는 것 따위를 알립니다. 울산도 전국 최고 기온을 기록한 날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늘 최고 기온을 자랑(?)하는 포항, 경주, 밀양 등의 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기상청 덕분에 우리 도시는 전 국민이 찾고 싶지 않는 뜨거운 여름도시가 됐습니다.

  지난 8월15일자 경상일보는 사설에서 ‘여름철 도시온도 낮추기’를 제안했습니다. 그 사설에서 도심 온도 낮추기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도시숲 조성’이라 했습니다. 공감합니다. 여름을 더워지게 만든 주범은 도심의 시멘트 콘크리트입니다. 콘크리트 덩어리를 걷어 내지 못한다면 숲을 조성해야 합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도심 주차장에 차를 대고 근방에서 잠시 일을 보고 나왔는데 바깥기온이 50℃가 넘었습니다. 요즘 차량에는 바깥 온도가 나타납니다. 시내에 나올 때까지 35℃ 정도를 보여주던 바깥기온이 급상승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공포가 몰려 왔습니다. 여름의 도심이 무서운 공포지대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도시숲 조성이 시급합니다. 숲은 여름 기온을 낮추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절의 변화를 수채화처럼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일도 할 것입니다. 그 속에서 많은 생명이 공존하고, 사람 역시 그 숲에서 사유하는 힘을 기르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울산이 성숙한 도시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행정이 산을 깎아 길을 만들고 터널을 만드는 속도를 줄이고 곳곳에 도시숲을 만들고 가로수를 심어 푸른색이 울창하게 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미래의 도시 브랜드는 숲이 될 것입니다. 이대로 방치된다면 도시에서 사람은 사라지고, 달아오르는 도시만 남아 죽은 도시를 만들 것입니다. 행정은 여름에도 사람이 찾아오게 하는 도시를 만드는 일에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열대야의 기준이 25℃라고 하지요. 이제 서민들에게 열대야는 30℃입니다. 30℃ 아래면 에어컨 가동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름의 끝은 상처와 후유증을 남기는데 전기료가 그 대표적인 것입니다. 전기료 폭탄은 이미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전기료 누진제는 더운 여름에는 없어져야 합니다.

  한전은 상반기(1~6월)에만 삼성생명에 이어 매출 28조9608억원, 영업이익 6조3098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하반기에는 여름 전기료 누진세로 엄청난 이익이 예상됩니다. 한전이 공기업이라면 국민들과 고통분담을 나눠야 합니다. 국민의 고통을 가지고 장사를 해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이 올 여름을 천재지변으로 봐야 합니다. 전기료 누진세를 앞서서 없애야 합니다. 그런 선물을 바라는 일은 더위 먹은 ‘일장하몽’이겠지요. 조선의 왕은 폭서와 가뭄이 내 탓이라며 죄인처럼 살았다지만.

<위 글은 경상일보 2016년 8월 19일(금)자 19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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