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칼럼] 안차수 교수
[경남도민일보 칼럼] 안차수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08.0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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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이미지 정치

  이슈·이미지 괴리 클수록 국민은 불행…서민경제 파탄인데 좌절스런 시장찾기


  대통령이 휴가를 가서 재래시장에 들렀다고 한다. 이것을 두고 시장정치 혹은 정치쇼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작 서민 삶은 돌보지 않으면서 시장을 들러 서민인 척하는 이미지 정치라는 것이다. 이미지 정치는 이슈정치의 반대말로 쟁점이나 정책이 아닌 개인의 특성을 보여주기 식으로 소통하는 것을 말한다. 똑똑하고 책임 있는 시민이 자유롭고 풍부한 정보로 공론장을 통해 합의에 이르는 이상적인 민주정치 모델에서 보자면 겉만 번지르르한 이미지는 당연히 추방감이다. 이런 부정적인 용어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그것이 대중정치에 적합하며 효과는 즉각적이라는 데 있다.

  이미지는 나쁜 점만 있을까? 우리가 정치지도자를 선택할 때 이슈에 따라 선택하지 않고 그 혹은 그녀의 이미지에 의해 지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과연 게으르고 어리석은 행동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미지, 특히 부정적인 이미지는 이슈만큼 안정적인 판단 단서이며 아주 유용하고 간편한 가늠자로 작용할 수 있다. 개인의 성품, 기질, 버릇, 행동양식은 때로 이슈보다 더 강하고 지속적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그것이다.

  부시 대통령 이미지는 어떨까? 대통령인 아버지를 둔 덕에 진정한 실버스푼, 우리의 금수저의 대명사다. 기여입학으로 대학을 진학했고, 약물 경험에다 베트남전 징병을 피하기 위한 꼼수 의혹 이미지가 늘 따라다녔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을까? 순진하고 착한 성품이 일조했다. 깊은 신앙심은 도덕성을 원하는 보수층의 마음을 샀다.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 무기'를 찾느라 끝 모를 전쟁에 국력을 소비했고 결국 미국 경제는 서브프라임으로 좌초하고 말았다. 자신이 의롭다는 생각으로 가득한 착하고 맹한 사람은 최악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부동산 왕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경매, 알박기, 강제철거 등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부동산 왕에 오른 사람이 연일 막말과 이단으로 티켓을 거머쥐고 대통령직을 넘보게 된 것이다. 이미지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무슨 일을 할지 예측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토건으로 승승장구한 이명박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를 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슈와 이미지가 한결같은 사람들도 존재한다.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의 돌풍을 일으킨 원인으로 경제에서의 분배 강조와 노동자와 함께한 삶의 진정성 때문이다. 그가 제기한 이슈와 그가 살아온 이미지의 일치성은 어느 후보보다 높다. 흑인 인권변호사로 시작하여 백악관 생활을 마무리하는 오바마 대통령 역시 그가 추구한 일과 그가 살아온 인생은 일관된다.

  이슈와 이미지의 일치 정도가 높은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것이 경쟁력과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구분도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괴리가 클수록 자신과 국민은 불행하다는 사실이다. 국가의 사정기관을 이끌며 온갖 공짜와 특혜를 누린 검사장과 민정수석, 서민경제를 파탄지경으로 만들고 시장에서는 민생을 걱정하는 대통령, 괴리를 넘어 눈 감고 아웅 하는 수준이다. 국민이 불행과 불안을 넘어 좌절과 분노에 이른 이유다.

<위 글은 경남도민일보 2016년 8월 1일(월)자 11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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