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일보 칼럼] 정일근 교수
[경상일보 칼럼] 정일근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07.1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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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은 여흘여흘 흘러가지만

  압록강 푸른물은 지금도 변함 없지만

  단동관광은 분단을 파는 상술로 씁쓸

  하루 빨리 편안한 지역으로 돌아오길

 

  이육사 시인이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라고 말한 7월이 반 이상 지나가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잘 익어가고 있을 청포도의 달콤한 향기가 나는 것 같습니다. 저는 7월 들면서 대학생들과 함께 중국 심양 일대 조선족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일정 마지막에 단동의 압록강을 찾았습니다. 압록강을 찾아가는 길에 함께 간 대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한반도에서 가장 긴 강은 어느 강일까요?” 대부분 낙동강으로 답을 댔습니다. 정답은 압록강입니다. 압록강의 길이는 장장 803.3㎞에 달합니다.

  저는 1995년, 21년 전 광복 50주년기념 백두산 등반을 마치고 압록강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압록강 푸른 강물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압록강 관광은 아프게 변질돼 있어 마음이 쓰라렸습니다. 단동이란 도시는 가히 경천동지(驚天動地)라고 비유해도 될 만큼 변해 있었습니다. 고급호텔이 즐비하고, 문을 닫고 있다는 언론보도와는 달리 북한식당도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북한식당은 외형상 한국사람을 받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급호텔 식당에서는 북한공연단이 북한영상을 상영하면서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북한의 외화벌이가 다른 방법으로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녁식사는 공연료를 포함했는지 꽤 비싼 가격이었습니다. 심양에서도 다른 한복을 입은,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종업원이 있는 식당을 여럿 보았습니다.

  압록강에 그때는 없었던 유람선 투어가 생겨나 있었습니다. 가격도 찬차만별이었는데, 유람선 회사가 지정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단돈 10위안(한화 180원)을 받는 유람선을 탔습니다. 유람선의 안내방송에서 인정했듯이 별로 볼 것이 없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북한 땅이 보인다는 신기함에 환호성을 질렀지만, 저에게는 무심한 풍경으로 읽혔습니다. 지루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다 순간 작은 배 한 척이 달려왔습니다. 우리를 실은 유람선은 약속한 것처럼 스르르 멈췄습니다.

  북한에서 왔다는 후줄근한 복장을 한 남자가 다가와 북한화폐와 담배, 인삼주 등을 팔았습니다. 북한 화폐가 신권이었습니다. 불현듯 21년 전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심양에서 연길로 23시간 기차를 타고가다 만난 북한 남자에게 북한 우표모음집을 만원에 구입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우표의 인쇄 상태가 너무 좋아 샀는데 곧 ‘속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 가격이 갈수록 떨어져 백두산에서는 3000원에 팔았습니다.

  그 쇼가 여전히 재현되고 있었습니다. 담배도 인삼주도 물론 가짜였을 것입니다. 북한화폐도 가짜 우표처럼 아마 다른 대도시에서 인쇄한 가짜가 분명할 것입니다. 그러자 그 남자 또한 북한사람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트루먼쇼’가 생각났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분단을 팔아먹는 ‘쇼’라면, 이 무대를 제공한 단동의 상술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단동은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쇼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 군인들이 강가에서 훈련을 받고 있었지만, 단동철교를 통해 북한쪽에서 트럭들이 줄이어 넘어오고 있었습니다. 입장료를 받는 관광용 철교는 새 페인트로 깨끗하게 단장돼 있었습니다. 강가에서는 단동이나 북한에서 나와 수영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분단의 슬픔을 안고 압록강은 황해로 여흘여흘 흘러가지만 현실은 안타까웠습니다. G2인 중국이 가진 중조 국경의 슬픈 풍경이었습니다. 8월에 단동을 찾는 한국인이 많을 것이라서 단동도 함께 붐빌 것입니다. 단동은 원 이름이 안동(安東)인데 1965년에 개명했다고 합니다, 원이름처럼 하루 빨리 ‘편안한 안동’이 되길 바랍니다.

<위 글은 경상일보 2016년 7월 15일(금)자 19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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