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일보 칼럼] 정일근 교수
[경상일보 칼럼] 정일근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06.1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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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과 ‘불쑥!’ 사이, 푸른 청춘을 위하여

  이공계열 강화에 국력 쏟고 있지만

  창의력 키우는 것은 AI로 대체 불가

  결국 인문학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인문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은 시대다. 최근 필자는 어느 글에서 이 시대를 ‘결국이란 부사어로 시작해 결국이라는 부사어로 끝나는 의혹의 시대’로 정의한 적이 있다. 결국, 우리 대학의 교육이 학생들을 멀지 않은 미래에 사라질 일자리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이었다.

  그 이유는 N포세대로 불리는 청춘들의 어려운 내일에 상상을 초월하는 변수 ‘AI’(인공지능)가 불쑥,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말 불쑥, 이었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바둑 대국에서 인공지능이 승리함으로써 청춘들의 미래에 알파고가 무섭도록 빠른 속도로 진군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백년대계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고 대통령 공약이라는 ‘발등의 불’에 급급하고 그에 장단을 맞추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지는 AI(인공지능)의 등장으로 10년 후면 직업의 65%가 바뀔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는 ‘단군 이래 최대 지원’이라며 프라임 사업을 통해 인문학을 죽이고 이공계열 강화에 혈안이 돼 있다. 그 축복을 받는 대학의 학생들이 불과 10년 후에도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그것을 양보하고, 그럼 20년 후면? 외신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과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의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20년 후 AI 로봇이 은행원으로 대체될 확률이 ‘96.8%’라고 전망했다. 스펙을 잔뜩 이고지고 20대에 은행에 입사하는 ‘행운’이 40대에 로봇에게 밀려나는 ‘불행’이 된다는 예언이다. 20년 후면 기대수명이 100세를 넘는다고 한다. 그 미래의 실업자 제자에게 은행 입사에 현수막까지 내걸고 축하한 대학은 무슨 위로의 전문을 보낼 것인가. 이처럼 IT의 발전이 학생들의 일자리를 빠르게 차지하기 시작했다. 미래엔 더 심각하다는 것이, 우리가 고민하지 않는 문제다.

  그럼 30년 후면? ‘유엔 미래보고서 2045’에 따르면 30년 후 인공지능이 대신할 직업군으로 의사, 변호사, 기자, 통·번역가, 세무사, 회계사, 감사, 재무, 설계사, 금융 컨설턴트 등을 꼽았다. 지금 20대의 30대, 40대, 50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지금, 그리고 여기’의 필자 또한 그 시대를 제대로 상상이나 하면서 미래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럼 미래에는 어떤 직업이? 이 보고서는 인간을 대면하거나 감성, 창의성, 직관이 개입하는 직업은 AI로 대체할 수 없다고 한다. 인문학이 대세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스티브잡스도 ‘엔지니어도 정보기술의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사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와 교육부가 이런 식으로 인문학을 홀대해서야 어떻게 균등한 미래로 진화해 갈 수 있단 말인가. ‘유엔 미래보고서 2045’는 ‘더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온다’는 보고다. 아니, 경고다. 그래서 소통과 통섭과 융합이 강조되는 것이다.

  필자가 책임을 맡고 있는 대학보에서 문과대 학생들이 ‘비정상회담’이란 방담을 가졌다. 교육부의 ‘교육 갑질’에 대해 학생들은 당당하게 인문학의 시대가 온다고 말했다. 철학과 학생은 ‘갈수록 인간보다 기계를 배우라고 몰아가고 있다. 기술과 과학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이다. 사람을 배우는 게 인문학이다. 위기는 기회다. 물질만능주의인 이 시대가 인문학이 다시 설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라고 예언했다. 나는 그 예언에 동의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기술·과학이지만 그것을 만드는 사람을 바꾸는 것은 인문학’이라는 청춘들의 예언에 덧붙인다. 결국! 결국 말이다. 정권이 바뀌면 대학교육도 바뀔 것이니.

<위 글은 경상일보 2016년 6월 17일(금)자 19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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