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칼럼] 임을출 교수
[매일경제 칼럼] 임을출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03.0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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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 출구전략은 있나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한반도의 긴장이 충돌 일보 직전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 사이에 여차하면 어느 쪽이든 먼저 방아쇠를 당길 태세다. 중국이 "문 앞에서 전쟁과 혼란이 생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사국들을 향해 자제를 촉구하고 있으나 사태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자초한 일이지만 김정은 정권은 출범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개성공단 폐쇄에 이어 `경제적 제재로선 가장 강도 높고 포괄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와 이에 따른 육·해·공 전방위 봉쇄, 각국의 잇단 대북제재 이행, 역대 최강의 한·미 군사훈련 등으로 이어지는 압박 공세는 북한의 체제유지 위기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체제 붕괴`를 연상시키는 폭정을 끝내겠다고 밝히고 있는 데다 7일부터 시작된 키 리졸브(KR) 및 독수리(FE) 연습(훈련)은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 시설을 선제타격함과 동시에 양국 최정예 특수부대를 투입해 김정은 제거 등 이른바 `참수작전` 훈련도 병행할 계획인지라 북한 지도부로서는 밤잠을 설칠 만하다.

  김정은 정권은 과연 어떤 식으로 지금의 복합 위기를 돌파할까. 북한은 4일 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 6일 외무성 담화, 7일 국방위원회 성명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초강경 대응 방침을 선언했다. 한마디로 나라의 자주권과 생존권이 유린당하는 것을 뻔히 보면서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강력하고 무자비한 물리적 대응을 포함한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이 총동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적어도 한·미 군사훈련 기간에는 북한이 도발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듯하다. 일리 있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라 보인다. 북한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는 7일 성명에서 "이 세계가 생겨 보지도 듣지도 못한 상상 밖의 주체적 전쟁 방식으로 불이 번쩍 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치명적인 사이버 공격을 염두에 둔 듯한 경고로 읽힌다.

  북한 측의 경고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는 북한으로서는 초강경 대응 외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한·미 군사훈련 기간을 무사히 넘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시각각 목죄어오는 경제제재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큰 숙제다. 유엔과 개별 국가의 대북제재에 따른 외화 수입 축소는 정권의 국정 운영 자체를 어렵게 하고, 외화 공급 부족이 물가와 환율 상승을 초래해 민심이 흉흉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엔 대북제재에는 빠져 있지만 근로자의 해외 송출 축소, 해외 식당 운영 차질, 외국인 관광객 감소, 일반 민생 교역 축소 등 간접적 파급효과도 점진적으로 북한 정권을 압박할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가만히 앉아서 고사당하는 것을 선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줄어든 외화 수입은 어떻게 해서든 주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보충하려 할 것이고, 제재를 피할 수 있는 국내외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살길을 모색할 것이다.

  북한은 여전히 2003년 미국의 전격적인 이라크 침공과 후세인 정권 제거작전에 대한 공포감에 갇혀 있다. 핵무기를 부여잡고서 죽기살기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핵으로 무장한 정권을 쉽게 붕괴시킬 수도 없고, 북한의 추가 도발은 또 다른 응징을 부를 것이고, 북한은 다시 도발하는 악순환이 펼쳐질 것이다. 북한은 지금의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생결단식 강경 대응책을 구사하며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물론 이런 과정이 지속되면 언젠가 북한 스스로의 에너지를 소진시켜 제풀에 쓰러질 것이라는 상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그냥 지켜볼까. 이들은 북한 정권 붕괴는 지역의 불안정성을 고조시키고, 전략적 균형을 깨뜨리며 양국의 안보 이익을 직접적으로 훼손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적정한 시점에 북한 정권의 숨통을 터주려 시도할 것이다. 결국 우리가 엄청난 비용과 손실을 감수하며 추구하고 있는 비핵화도, 정권 붕괴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현재 정교한 출구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북한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는 강경 제재가 갖는 최대 약점이다.

<위 글은 매일경제 2016년 3월 9일 (수)자 35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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