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한반도포커스] 양무진 교수
[국민일보 한반도포커스] 양무진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03.0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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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만으로 비핵화 이끌지 못해

  유엔결의안 2270호 강력하나 효과는 의문… 대북 압박 동참하되 대화전략 세워야

 

 
   지난 2일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를 채택했다. 2270호는 총 52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핵심 내용은 네 가지다.
 
  첫째, 금융 거래 중단이다. 북한 은행이 해외에 진출할 수 없고 외국 은행이 북한에 개설할 수 없다. 북한과의 교역을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북한을 드나드는 비행기와 선박의 검색 의무화다. 외화벌이 목적으로 이용돼 온 제3국 편의치적의 북한 선박은 선적이 박탈된다. 영공과 해상을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광물자원 수출 금지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 광물 수출액은 12억 달러를 넘어섰다. 대중 수출 총액 25억 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돈줄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넷째, 제재 대상 확대다. 제재 대상인 국가우주개발국은 국가기구다. 원자력공업성은 내각 산하 기관이다. 정찰총국은 대남공작과 해외공작을 담당하는 최고사령부 직속 기관이다. 노동당 39호실은 외화벌이를 관리·운영하는 노동당 서기실 직속 조직이다. 정권 기관이 직접 제재 대상에 명시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만건 군수공업부장과 유철우 우주개발국장 등이 추가 제재 대상이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다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직책과 관련된 당·정·군 모든 기관이 제재 대상이 될 것을 예고한다.

  정부는 2270호가 비군사적인 조치로는 70년 유엔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결의라고 주장한다. 강력한 제재임에는 틀림없다. 실효적인 제재조치라는 것은 지나친 자의적 해석이다. 광물 수출 금지는 강력한 조치다. 광물 수출은 북한의 외화벌이에서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런데 주민 생활과 관련된 광물 수출은 허용된다. 당국과 주민의 구분은 모호하다. 중국 지방정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 항공유 수출 금지도 강력한 조치이나 민간 항공기의 해외 급유는 허용된다. 고려항공 취항지는 중국과 러시아뿐이다. 북한은 원유만 있으면 항공유 정제 기술은 있는 듯하다. 중국은 매년 50만t의 원유를 북한에 지원해 왔다. 원유 지원은 대북제재에 해당되지 않는다. 금융 제재에도 틈새가 있다. 중국은 금융실명 국가가 아니다. 언제든지 차명계좌가 가능하다. 소규모 현금 거래는 더 쉽다. 러시아산 유연탄의 나진항 이용은 허용된다. 해상 봉쇄의 틈새를 보여준다. 결국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의 성패는 중국의 동북3성과 러시아의 연해주 지방정부 손에 달려 있다.

  제재의 역사가 길면 견디는 면역의 시간도 길어진다.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65년 동안 북한을 제재해 왔다. 한·미동맹은 강화됐지만 북·미 관계는 악화됐다. 이명박정부는 비핵·개방·3000을 제시했다. 선 비핵화, 후 남북관계 구도였다. 6자회담이 중단됐다. 북한은 두 차례 핵실험과 세 차례 장거리 로켓 발사를 했다. 이명박정부는 비핵화를 이끌지 못했고 남북관계도 진전시키지 못했다. 박근혜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제시했다. 핵을 머리에 두고 살 수 없다고 했다. 한·미·일은 대북 압박 제재에 집중했다. 박근혜정부 시기 북한은 한 차례 핵실험과 한 차례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북한은 2008년 6자회담이 중단된 후 8년이 흐르는 동안 세 차례 핵실험과 네 차례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제재만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지 못함이 드러났다.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에는 대화권고 조항이 있다. 9·19공동성명에 대한 지지와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중국은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론을 지속 제기할 듯하다. 북한은 5월 7차 당대회를 통해 국면 전환을 모색할 수 있다. 핵과 미사일 실험 잠정 중단을 선언하면서 북·미 고위급 회담 제안이 예상된다. 예기이론은 미래의 확실한 손실이나 이익에 대한 대비 전략을 요구한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대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위 글은 국민일보 2016년 3월 7일 (월)자 23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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