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칼럼] 양무진 교수
[경남신문 칼럼] 양무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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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2.0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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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전환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

  북한은 체제와 존엄을 중시하는 나라이다. 주민생활 향상과 경제발전은 체제와 존엄의 하위개념이다. 체제 안전이 담보되어야만이 개혁개방의 길로 나설 수 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것이 보유하는 것보다 체제 안전을 담보한다고 확신할 때 핵을 포기할 것이다. 김정은 정권 4년 동안 경제발전을 위한 분위기가 호전되어 왔다. 6·28방침에 의한 가족영농제 중심의 협동농장 개선이 식량증산을 이끌었다. 5·30조치에 의한 기업의 경영자율권 강화가 연간 1% 내외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전국적으로 장마당을 450여 개 정도 허용함으로써 주민생활용품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했다. 장마당은 주민들의 불만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국가의 재정확충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 군부가 군림해 왔던 이권사업 등이 당과 내각으로 이전됐다.

  김정은 시대 북한 내부의 변화는 경제문제에서 출발했다. 핵무력을 통한 최고의 억지력을 갖춘 후 국방비를 감축하고 유휴자본과 인력을 경제분야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가졌다. 북한의 시스템상 국방력을 경제부문에 투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군수경제가 민간경제로 전환되는 사이의 안보공백을 핵개발로 메우겠다는 논리이다. 핵보유국의 지위는 대외관계 개선의 장애물이다.

  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에는 동참하지만 원조 중단 등의 독자제재에는 반대한다. 북한의 비핵화는 중국의 대한반도정책의 최우선 순위임에 틀림없다.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하면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은 중국의 역할을 인정하고 협력해 나가야 한다.

  지난 23년 동안 북핵협상은 치밀한 전략에 의해 추진된 적이 없다. 미국은 북한의 핵확산방지기구(NPT) 탈퇴, 폐연료 재처리시설 재가동, 핵실험 등 위기국면이 발생한 후 사후적 대응조치로서 협상에 임해 왔다. 1994년 북미고위급협상도 북한이 임의로 핵연료봉을 추출함으로써 시작됐다. 북핵동결이라는 2·13 합의도 2006년 10월 1차 북핵실험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북한은 1993년 1차 북핵위기가 발생한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 반면에 한국과 미국은 정권교체와 함께 정책변화를 거듭해 왔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합의 불이행을 비판하지만 북한은 한미의 잦은 정책변화에 불평한다. 한미의 일관된 정책이 북한의 합의이행을 이끌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책무가 있다. 현 단계는 상황악화 방지가 급선무이다. 압박이라는 입구전략을 세울 때는 대화라는 출구전략도 염두에 둬야 한다. 문제 해결 전략은 사고의 전환에서 출발해야 한다.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통일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남북간의 대화·협력·평화라는 과정으로서 통일이지 북한의 붕괴·흡수라는 결과로서 통일이 아니다. 북핵문제의 창의적 해결은 북한의 긍정적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이 북한 독재정권에게 도움이 된다는 소극적 사고가 아니라 북한의 변화를 촉진시킨다는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확성기를 틀고 5·24 조치를 강화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징벌적인 의미는 있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전략적인 접근은 아니다. 압박과 제재는 실효성이 중요하고 실효성이 없다면 반드시 부작용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국제규범을 위반했다는 비판도 중요하지만 지난 8년 동안 6자회담의 중단이 북한의 핵능력을 더욱 고도화시켰다는 6자회담 참여국들의 자기 반성도 필요하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6년 2월 5일 (금)자 27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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