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칼럼] 최동호 석좌교수
[서울신문 칼럼] 최동호 석좌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12.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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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 새벽을 열며] 분열의 정치인, 통합의 정치가

  현재 우리가 당면한 정치적 상황은 국정의 난맥이다. 중요 입법은 정지되어 있다. 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말할 필요도 없이 정치인에게 있다. 야당은 분열되고 여당은 계파로 충돌하며, 정부는 국회를 향해 입법을 하라고 하지만 소통의 벽은 높다. 이런 정치적 상황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치인들은 거의 관심이 없다. 국회의원들은 오로지 내년도 총선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는 것 같다.

  국민들의 마음을 속 시원히 풀어줄 정치인이 없을까 하고 돌이켜 볼 즈음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작고했다. 국민적 관심은 한곳으로 모였고 퇴임 후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었던 그의 업적은 대대적으로 재평가되었다. 그는 온몸으로 군부 독재와 싸우면서 민주화를 이루어낸 거인으로 부각되었다. 1983년 그의 단식 투쟁은 억압에 시달리던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마침내 정국을 전환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산업화 시대를 넘어서는 민주화를 성취한 정치가로서 그의 업적은 20세기 후반 한국의 정치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그의 절규는 국민들의 가슴 깊이 새겨진 명언이었다. 또한 그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화두를 던지고 당의 통합을 주도하여 마침내 대통령이 되었고, 군부 세력이 정치의 전면에 나서는 일을 근절시켜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물론 그에게도 약점은 많다. 임기 말에 IMF 사태를 불러왔다든가 친·인척 비리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던 것은 그의 오점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분열과 정쟁을 일삼는 오늘의 정치인과는 판연히 구별되는 정치가이다. 임종 직전 그는 마지막 명언을 남겼다. ‘통합과 화합’이라는 두 말로 집약된 그의 유언은 오늘의 정치적 상황을 누구보다도 통렬하게 꿰뚫는 명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분열과 지리멸렬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작금의 상황에서 통합의 정치인이야말로 오늘날 국민적 답답증을 풀어주고 나라를 이끌어 가는 새로운 지도자가 될 것이다.

  분열의 정치인은 국민적 관심을 호도하여 자신의 인기를 높이는 데는 민감하지만 정작 국민이 원하는 국가발전은 안중에도 없다. 그들은 항상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한다고 떠들지만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안위를 돌보는 데 우선하지 국민의 고통과 국가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 본연의 임무인 국정감사는 제대로 하지 않고 호통이나 치고 있다가 막판에 예산을 졸속 처리하면서 정작 뒷전에서는 지역구 예산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이는 그들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분열의 정치인들이 골몰하는 것은 지역구 표 계산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공천될 것인가 여부이다. 그들에게는 국가 목표나 미래의 국가 전략은 관심 밖의 일이다. 당장 오늘의 당락이 더 중요하고 이를 위한 이합집산은 전혀 생각지 않는다. 그런 분파적 이야기들은 머지않아 유권자들의 머리에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면피용 사과나 한번 하면 끝날 일을 가지고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말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은 그러한 정치인들을 국민들이 매번 선출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그들은 정쟁을 통해 양심적인 정치인들을 도태시키고 이합집산의 명수들을 다시 선출하도록 만드는 고도의 조직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 우리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정치 생명을 던질 수 있는 통합의 정치가이다. 권모술수의 탈을 쓴 정치인들이 다시 국회에 진출한다면 국민들은 그들의 볼모가 되어 울분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김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한 많은 국민들은 그를 대통합의 정치로 민주주의를 확립시킨 정치가로 기억할 것이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감동과 희망의 정치가 펼쳐져야 한다.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현재의 정치적 혼돈을 슬기롭게 돌파해야 한다. 내년도 총선에서 온 국민이 투철한 눈으로 대통합의 정치가를 탄생시키는 축복의 해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위 글은 서울일보 2015년 12월 28일 (월)자 31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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