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일보 칼럼] 정일근 교수
[경상일보 칼럼] 정일근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12.1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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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의 12월은 춥고 길다

  美 금리인상 한국경제 악재로 작용

  생존 위협받는 기업들 취업문 닫아

  청년실업 해소할 새로운 동력 절실


  어제 새벽, 미국이 ‘마침내’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마침내’라는 부사까지 사용하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7년 동안 유지했던 미국의 ‘제로 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새벽까지 연구실에 붉을 밝히고 기다리다 메가톤급 파괴력을 가진 그 뉴스를 확인하며 이 나라 청춘들의 처진 어깨를 생각했다. 올 겨울이 유난히 춥고 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현재의 0.00%~0.25%에서 0.25%~0.50%로 0.25%포인트 올리기로 위원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은,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15일 국무회의에서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을 발표한 직후여서 더 큰 충격으로 전해졌다.

  발표에 따르면 2024년까지 대학 졸업자 79만2000명이 과잉 공급돼 일자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문·사회·사범계열 등 문과는 구직난이 더욱 심할 것이고, 공대 계열은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여전할 것이라는 우울한 진단이었다. 이는 ‘일자리 없음’이라고 정부 스스로 ‘레드카드’를 던진 것이다. 정부 왈, 우리는 아무 대책이 없으니 대학이, 청춘 스스로들 알아서 하라는 말이다. 대학이 살려면 인문·사회·사범계열은 죽이고, 기계·금속, 전기·전자,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 중심으로 배출하라는 것이다.

  3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학생들은 대선 후보 3명 중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가장 지지하면서 청년 관련 공약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공약을 제일 선호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던 적이 있다.

  당시 대학생들은 대학 교육 지원 분야에서 ‘대학 특성화·다양화 지원 및 취업지원시스템 확충’을 내건 박 후보의 공약을 50% 이상 지지했다. 그러나 그 대학생들이 취업을 하지 못한 채 청년실업의 고난을 등에 지고 열리지 않는 문 앞에 서성거리고 있다. 그때 후보 자격으로 우리 대학을 방문했던 대통령의 장밋빛 공약을 나는 기억한다. 환호하던 학생들을 기억한다.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공약은 지켜졌다. 대학이 특성화가 되고 정부의 지원이 많아지고 전문화된 취업시스템으로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지만, 취업의 문이 좁아질 대로 좁아져버렸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은 한국경제에 열린 다른 문들까지 닫게 할 것이기에 인문학을 가르치는 필자는 걱정이 태산인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장단점이 있다고들 예견하지만, 청년에게는 그 단점의 독하디 독한 맛만이 전해질 것이다. 당장 내년 여름에 졸업하고 미국 진출을 목표로 남다른 준비를 해온 제자 S군의 꿈에 비칠 우울한 그림자를 걱정한다. 그렇게 좌절할 청춘이 어찌 S군뿐이겠는가.

  더구나 미국의 금리인상이 이미 사상 최대치인 1130조를 돌파한 가계 빚의 뇌관을 건드릴 경우 그나마 사상누각 같은 보금자리에서 쫓겨나는 청춘이 줄을 이을 것이다. 기업은 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생존위협을 받는 기업이 문을 열어 청춘의 열망을 받아줄 여유는 점점 없어질 것이다.

  청년실업을 해소할 새로운 동력이 절실하다. 전문가를 모아 회의를 하고 전담부서를 만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되풀이 되는 정부의 근시안적인 대책이 안타깝다. 정치의 무관심에 분통이 터진다.

  대학은 기말고사를 마치고 추운 방학에 들어갔다. 이번 겨울을 끝으로 사회에 진출할 청춘들에게 아무 대책이 없는 정부나 속수무책인 선생이나 도진개진이다. 도전하라고, 기다려보자는 변명이 부끄럽다. 갑자기 날씨마저 춥다. 참 춥다. 심장까지 얼어붙는 것 같다.

<위 글은 경상일보 2015년 12월 18일 (금)자 19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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