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김용복 교수
[한국일보 칼럼] 김용복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11.1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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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세우기와 배제의 정치

  대통령의 지위는 복합적이다.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며, 선거에서 이겨야 집권하는 정당정치인이다.

 

  또한 한 정당 내에서는 계파보스이기도 하다. 이러한 복합적 지위로 인하여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다양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대통령도 정치인이라서 정치적 발언과 행동은 자연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대통령은 한 계파나 정당의 지도자보다는 국민의 대표로서 통합의 상징이란 이미지가 더 우선되어야 한다.

  원래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지지자를 결속하고, 반대자를 배제하는 정치적 전략을 구사한다. 그러나 선거 이후에는 지지자들만이 아니라 반대자들도 끌어 안는 포용과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지지자의 정치인에서 국민들의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래야 선거가 사회와 국가를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통합의 기제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를 튼튼하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모호한 정치적 발언들은 분리와 갈등이란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다. 그리고 그 발언들이 정당 지도자들의 모임과 같은 정치적 공간이 아니라 국무회의라는 국사를 논하는 최고 의사결정공간에서 자주 행해졌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를 사퇴시킨 배신의 정치 발언도 국무회의에서 거론되었다. 국무회의에서 특정 계파의 정치적 이해를 대변하는 것은 대통령이 계파 보스의 지위를 더 우선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았다. 국무회의란 공간이 한 정당 내 계파 갈등의 산실이 되었던 것이다.

  최근 국무회의에서는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들만을 선택해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진실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추측으로 새누리당을 포함한 정치권 전체를 긴장시켰다. 야당은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어겼다고 비판하였다. 여당은 공천 물갈이로 받아들여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기에 분주하였다. 대통령의 발언이 야당의 반발과 여당의 분열을 가져왔던 것이다.

  또한 대통령은 국정교과서를 강조하면서 올바른 역사관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아가 잘못된 역사를 배우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거나,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국정교과서 반대가 찬성보다 더 많은 상황에서 다수의 국민들을 혼이 비정상적인 사람들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았다.

  더욱이 대통령 발언의 모호성은 주변을 긴장시키고 한편으로 줄세우기와 또 다른 편으로 배제라는 새로운 갈등을 만들고 있다. 배신의 정치를 운운하더니 이제는 은혜를 언급한다. 배신과 은혜, 그 의미는 분명하지만 그 속에 감추어진 대통령의 뜻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졌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배신과 은혜를 언급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모호함이 바로 주변을 긴장시키고, 아(我)와 비아(非我)를 분리시킨다. 진실하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혼이 비정상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내가 진실한지, 혼이 정상적인지를 되물어야 하고, 그래서 거기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다수를 긴장시키고 줄세우기하는데 좋은 전략일 수도 있다.

  선거에서 이긴, 단임제 대통령의 관심은 선거에 있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국정과제와 개혁을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줄세우기와 분리의 전략이 아니라 통합과 포용을 지향하는 설득의 정치이어야 한다. 그것은 반대자를 설득하고 야당과 협상하고 여당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가능하지, 힘으로, 지지자들의 동원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비록 단기적인 성과가 있을지라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고,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퇴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분열과 갈등을 가져오는 정치적 발언보다는 정치적 설득에 더 힘을 쏟는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위 글은 한국일보 2015년 11월 18일(수)자 31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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