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칼럼] 김재구 교수
[경남신문 칼럼] 김재구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09.1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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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과학 이야기 ⑧ 야구

  배트와 공 부딪히는 시간 약 0.0005초

  ▲프로야구에서 왜 나무방망이를 쓸까?

  스포츠 중에서도 야구공을 쳐서 정확히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가게 하고, 또 원하는 위치에 떨어지게 하는 것처럼 힘든 일은 없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시속 140km 이상으로 날아오는 조그만 공을, 폭 5cm밖에 되지 않는 야구 방망이를 시속 90km 이상으로 휘둘러 정확히 맞히려면 얼마나 빠르게 눈, 신경, 팔과 손이 협응하여 동작을 해야겠는가?

  투수 손에서 겨우 18.44m 정도 떨어져 있는 타자는 0.5초보다 짧은 시간 내에 스윙을 할지 말지, 공이 어느 방향으로 올지를 판단한 후 근육에게 명령을 내려 방망이를 휘둘러 공을 때려야 한다. 1백분의 1초만 늦어도 정확하게 타격하기 어렵다.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자연히 긴장을 풀기 위해서 침도 뱉고, 껌도 씹는 등 다양한 타자 자기만의 방법으로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타자가 들고 있는 방망이는 무엇으로 만들까?

  현재 프로야구 선수들이 사용하는 야구방망이는 지난 약 110여년 사용해 온 서양 물푸레나무와 백목으로 주로 생산한다. 요즈음 알루미늄 방망이가 연습용과 아마추어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프로야구계에는 지금까지 세워진 역대 기록과 새로운 기록을 공평하게 평가한다는 목적으로 예전부터 쓰던 목재 방망이만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무시할 수 없는 주요한 다른 이유도 있다. 알루미늄 방망이는 가볍고 탄성이 우수하여 아마추어 선수들이 사용하기는 편하지만, 프로 선수가 사용하기엔 너무 가벼워 스윙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타격한 공이 날아가 다른 선수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안전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지만, 알루미늄 방망이로 라이너성 파울볼을 날리면 스탠드에 있는 관중까지도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프로야구에서는 목재로 만든 배트만 사용한다.

  ▲타자의 꿈 ‘스위트 스폿’

  “맞는 순간 홈런일 줄 알았다.”

  홈런을 친 타자들이 인터뷰할 때나 중계방송 시 해설위원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멘트는 “맞는 순간 알았다”는 말이다.

  많은 홈런을 친 타자들은 “경험상 배트에 맞으면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 있다”고 한다. 이곳에 공이 맞으면 타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무아의 지경에 빠진다고 한다.

  모든 물체는 다른 물체와 만났을 때 진동하기 마련이다.

  야구 방망이도 시속 140㎞ 이상 속도의 공과 부딪히면 진동하게 된다. 야구선수가 배트에 공을 맞출 때 둘이 맞붙어 있는 시간은 약 0.0005초이다. 짧은 순간에도 방망이는 여러 차례 진동하는데 물체의 밀도나 공기 저항 등 다양한 요소에 진동 에너지를 뺏겨 진폭은 점점 낮아지고 극점간의 거리도 좁아지게 된다. 물리학자 잔트(L. Van Zandt)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나무 방망이가 공을 때리는 순간 주파수는 170㎐이었다가 570㎐, 1100㎐로 늘어 가는데 진동의 마디가 모여 있는 곳이 ‘스위트 스폿’이다.

  방망이 끝에서 약 17㎝에 위치했다고 알려진 ‘스위트 스폿’에 맞은 공은 방망이의 떨림에 에너지를 뺏기지 않고 투수로부터 전해져 온 에너지를 그대로 실은 채 허공으로 날아가게 되며, 손에는 어떤 충격도 전달되지 않는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5년 9월 16일(수)자 21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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