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칼럼] 김근식 교수
[폴리뉴스 칼럼] 김근식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08.3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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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긴장 사태와 한반도 평화의 절박성과 정당성

 최근 휴전선 긴장 사태를 목도하면서 우리는 한반도 평화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정전 상태에서 상시적으로 군사적 대결을 반복하고 있는 우리네 현실은 평화 없는 통일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를 새삼 깨닫게 한다. 특히 최근 겪고 있는 비무장 지대에서의 군사적 충돌과 최고조의 긴장은 우리가 누리가 있는 평화가 얼마나 불안정하고 위험한 것인지를 역으로 실감케 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교역국가가 언제라도 군사적 도발에 노출되어 있고 남북의 군사적 충돌이 하시라도 국지전으로 확대될 수 있음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확성기 방송과 비무장 지대 포사격만으로도 우리가 북한군과 한미연합군의 전면전까지 감내하고 결심해야 하는 현실을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

  불안정한 평화를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로 정상화시키지 않고서는 사실 통일은 매우 위험할 뿐 아니라 무모할 수 있다. 평화가 전제되지 않는 통일은 결국 무력을 통한 흡수이거나 우리 내부의 분쟁과 충돌과 적대를 수반하는 통일이고 이는 사실 축복이 아니라 재앙에 가깝다. 1945년 해방이 우리 민족에게 환호의 사건이었지만 이어진 역사는 분단과 전쟁이었다. 준비하지 못한 ‘주어진’ 해방이었기에 ‘갈라진’ 해방으로 다가왔고 결국은 엄청난 희생을 겪어야만 했다. 평화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재로 통일이 닥쳐온다면 이 역시 폭력적인 통일로 귀결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맞이해야 할 통일은 반드시 평화로운 통일이어야 한다. 독일 통일이 아름다운 것은 서독이 동독을 흡수해서가 아니었다. 통일과정에서 단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도 내전도 상호 적대적 충돌도 없이 독일은 평화롭게 통일되었다. 비슷한 시기 통일에 합의했던 예맨은 3년 뒤 유혈사태를 동반한 내전을 겪고서야 통일되었다. 통일 이후 예맨은 장기독재하에 신음했고 지금은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온상이 되고 있다. 평화롭지 못한 예맨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비극이었다.

  평화로운 통일은 우선 정전체제하의 대치상황이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갈등을 완화하고 해소하는 데서부터 준비해야 한다. 전쟁을 종료한 게 아닌 일시 중단한 정전체제는 한반도 곳곳에 기름을 부어놓은 것과 같다. 성냥불을 긋기만 하면 언제라도 전쟁이 재개되는 위험천만한 상태다. 어렵고 더디지만 평화로운 통일을 위해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구축 나아가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이라는 과제를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이유다.

  혹자는 사전적 억지와 사후적 응징만으로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는 소극적 평화이며 불안정한 평화일 뿐이다. 도발의 의지가 있음에도 도발 이후 응징이 무서워 도발하지 않는 것은 절반의 평화이다. 막강한 군사력과 과감한 응징으로 팔레스타인의 도발을 억지하는 이스라엘의 평화는 남녀 모두 군대를 복무해야 하고 온국민이 집안에 총기를 보관하고 일상에서 테러의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하는 불안정한 평화다. 갈등의 원인을 해소함으로써 도발의 억지를 넘어 도발 주체로 하여금 도발의 의지 자체를 없애는 것이야말로 적극적 평화이자 안정적 평화이다. 억지와 응징을 넘어 평화체제로의 전환이 꼭 필요한 이유다.

  평화로운 통일은 또한 남북관계 차원의 안정적 평화가 반드시 평화체제에 수반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남북관계의 진전만큼 실제화된다. 독일이 예맨과 달리 평화로운 통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오랜 기간의 화해협력이었다. 문서로 평화체제에 서명한다 해도 이를 현실에서 뒷받침하는 남북관계의 평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그것은 취약한 평화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관계의 경색과 대결이 군사적 충돌과 긴장을 증대시켰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휴전선의 긴장사태는 통일을 위해 평화가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확인하는 계기여야 한다. 단순히 지뢰도발과 확성기 방송만의 이슈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의미있는 첫 걸음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평화의 물적 토대인 화해협력의 남북관계를 재개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되어야 한다. 평화는 주저해서도 두려워해서도 안된다.

<위 글은 폴리뉴스 2015년 8월 29일(토)자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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