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칼럼] 김재구 교수
[경남신문 칼럼] 김재구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08.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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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과학 이야기 ⑥ 야구

  변화구는 공기가 만들어낸 창조물

  ▲변화구는 손장난 아닌 ‘바람의 위력’

  변화구는 투수들의 손가락 장난이라고 한다. 하지만 스포츠 물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변화구는 절대 투수들의 손장난이 아니다. 공을 감싸고 있는 공기의 압력과 작용, 반작용이라는 물리적인 법칙이 만들어낸 스포츠과학적인 창조물이 바로 변화구다.
 
  ▲빨간 실밥의 비밀

  야구공에 감겨 있는 빨간 실밥이 없어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투수들이 변화구를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강속구 투수들도 자취를 감출 것이다. 일반적으로 표면이 매끈한 공이 더 빠르게 날아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투수들이 실밥 없는 야구공을 던진다면 아마 시속 120㎞도 넘기 힘들지 모른다. 야구공이 홈플레이트를 향해 회전하며 날아갈 때 공기의 저항이 생기면서 야구공 주변에 종이처럼 얇은 공기막이 형성된다. 이 공기막은 야구공이 앞으로 진행하는 것을 방해한다.

  매끈한 야구공은 공기막을 깨뜨리지 못한다. 하지만 밖으로 튀어 나온 빨간 실밥은 회전하면서 주변에 형성된 공기막을 깨뜨려 야구공이 더 빨리 날아가게 한다. 골프공에 있는 딤플도 똑같은 역할을 한다. 평균 300야드를 날리는 골퍼도 딤플이 없는 매끈한 골프공으로 친다면 250야드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실험 결과가 있다.


  ▲라이징 패스트볼과 커브는 공기가 만든다

  TV에서 보면 메이저리그 우수 투수들이 던진 직구는 끝이 떠오른다.

  똑바로 날아가야 할 공이 위로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시속 150㎞의 직구를 던지면 공은 1초에 약 30회 이상 강하게 회전한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날아가는 방향과 반대로 회전, 즉 공의 윗부분은 투수 쪽으로, 아랫부분은 홈플레이트 쪽을 향해 움직인다. 이때 스피드를 측정해 보면 앞으로 움직이는 아랫부분이 뒤로 움직이는 윗부분보다 더 빠르다.

  이 스피드 차이는 아래위의 공기흐름을 다르게 한다. 야구공의 아랫부분에서 강하고 빠른 공기흐름이 생기는 데 반해 윗부분의 공기흐름은 느려 진다. 이때 발생하는 공기의 압력 차가 라이징 패스트볼의 비밀이다. 공의 아랫부분에서 생긴 강한 압력은 공의 위로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아래쪽에 압력을 가하면 공은 위로 떠오른다.”뉴턴이 말한 ‘작용, 반작용의 원리’이다.

  커브의 경우는 직구와 정반대다. 커브를 던지면 야구공은 진행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회전한다. 이때 위쪽에서 생기는 강한 공기의 흐름이 공을 아래로 주저앉혀 공을 타자 앞에서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횡으로 회전하면서 옆으로 휘는 슬라이더도 같은 원리다.


  ▲공기 저항의 하이라이트 ‘너클볼’

  너클볼은 야구에서 타자들이 가장 치기 어려워하는 변화구 중 하나다.

  제대로 던지기 어려운 것은 물론 어디로 휘어질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다. 일반 변화구와 달리 너클볼은 공에 회전을 주지 않은 변화구다. 제대로 구사된 너클볼은 홈플레이트에 도달할 때까지 4분의 1바퀴밖에 돌지 않는다. 거의 회전하지 않는 이 야구공은 공기 역학적 측면에서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어 낸다.

  이와 정반대로 너클볼은 야구공 주변에 매우 불규칙한 공기흐름을 만들어낸다. 일정하지 않은 공기흐름 때문에 공이 어느 쪽으로 휘어질지 던진 투수도 알지 못하는 셈이다. 비교적 가벼운 배구공을 회전 없이 강하게 발로 찼을 때 급격하게 휘어지는 것과 똑같은 원리이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5년 8월 19일(수)자 20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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