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칼럼] 김근식 교수
[매일경제 칼럼] 김근식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08.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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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과 북한의 `투 코리아` 전략

  광복 70년을 맞는 한국의 외교안보가 군색해 보인다. 중국의 전승절 행사 참석에도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고 일본과는 아직도 불편함이 계속된다. 한반도 평화는 실종돼 있고 남북관계는 경색이 지속되고 있다. 진정한 광복이 통일일진대 70년을 맞는 지금 통일은 오히려 더 멀게 느껴진다.

  남북관계는 우리 외교안보의 시작이자 끝이다. 화해협력의 남북관계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일궈내면 우리의 외교적 주도권은 증대된다. 긴장과 대결의 남북관계일수록 우리는 외교안보적으로 왜소해질 수밖에 없다. 지뢰 도발과 확성기 방송을 맞교환하는 광복 70주년의 남북관계는 그래서 더더욱 안타깝다.

  남북관계의 곤궁함은 최근 북한의 대남전략 변화와 연관 지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은 남북이 각자도생하자는 이른바 `투 코리아` 전략으로 선회한 듯하다. 김정일 시대 고난의 행군과 체제 위기를 일단 넘겼다는 자신감과 함께 정치경제적으로 나름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제 갈 길을 알아서 가겠다는 마이웨이 전략이다. 핵 보유로 안보를 챙기고 공포정치로 엘리트를 장악하고 시장 확대로 경제를 회복함으로써 이제 체제위기가 아닌 체제유지의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판단이다. 먹고살 만하고 스스로 버틸 만하면서 남북관계를 통한 경제적 지원과 협력에 그리 목말라하지 않는다.

  드레스덴 선언 등 박근혜정부의 대화 제의에 시큰둥한 이유다. 알아서 살 테니 내버려 달라는 투다. 경협과 사회문화 교류는 관심 없고 `투 코리아`의 대외 환경으로 전단 살포와 군사 훈련 중단에만 관심을 보인다. 지난해 국방위 중대제안 이후 일관되게 정치군사 이슈만을 대화 의제로 요구하는 이유다. 미사일 발사와 지뢰 도발 등은 정치군사 회담을 압박하기 위한 그들의 으름장이기도 하다.

  김정은의 투 코리아 전략은 최근 표준시간 변경에서 정점을 찍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 분단을 이제는 일상의 분단으로 완성하겠다는 의도다. 남북이 서로 다른 나라라는 인식을 강조함으로써 민족이 아닌 상호 국가성의 강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우리가 제안한 경협과 사회문화 교류는 애써 무시하면서 금강산 병충해 방지를 위한 협력과 개성공단에 메르스 검역장비 제공은 북이 먼저 요구한다. 민족성을 강화하는 교류협력은 거부한 채 국가의 안전에 필요한 것들은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모양새다. 6·15와 8·15도 남북공동보다는 북한식의 독자행사로 치르려는 눈치다. 기대를 모았던 이희호 여사 방북도 남북관계의 정치적 돌파구로 활용하기보다는 이웃 나라 귀빈의 개인적 방문형식으로 대응했다. 박근혜정부와의 관계 개선이나 대화 재개에 목매달지 않겠다는 의미다.

  북한의 `투 코리아` 전략은 남과 북이 서로 다른 두 개의 나라로 살자는 의도다. 남쪽에 손 내밀지 않고 알아서 살아갈 터이니 흡수통일의 의도나 시혜적 선심을 내세워 교류협력으로 귀찮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마치 동서독 분단 당시 동독이 일관되게 서독에 국가 인정을 요구하면서 두 개의 독일로 살아가자는 주장과 흡사하다. 심지어 동독은 사회주의 민족을 강조하면서 서독과는 다른 민족임을 내세우기도 했다. 우리도 1970년대에는 북한의 대남 공세에 대해 사실상의 투 코리아 전략으로 대응했던 적이 있다. 대북 열세에 놓인 당시 박정희정부는 북한의 파상적인 교류협력은 거부한 채 남북의 분단을 인정하고 평화적 체제경쟁에 나서자는 입장이었다. 6·23선언의 유엔동시가입은 대표적인 투 코리아 전략이었다.

  북한의 투 코리아 전략에 당황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서독은 동독의 두 개의 독일 정책을 역이용했다. 동독의 국가성을 인정하고 동서독 기본조약을 체결함으로써 동독의 불안을 해소해줬다. 통일을 뒤로 미루고 흡수의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국가 대 국가 차원에서 일관되게 교류협력을 묵묵히 진행했다. 그사이 동독은 변화했고 동독 주민은 서독을 동경하게 되었다. 국가성을 인정받은 동독은 결국 내부 민주화로 서독에 통합되었다. 북한의 투 코리아 전략에 우리도 냉정한 대북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위 글은 매일경제 2015년 8월 17일(월)자 34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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