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칼럼] 김정우 교수
[매일경제 칼럼] 김정우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07.1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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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표기 통일안`이 반가운 이유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공 용어 번역 표준화`의 일환으로 국토교통부, 문화재청, 서울시, 한국관광공사, 국토지리정보원, 국방지형정보단 등과 함께 이번에 마련한 `도로·관광 표지판, 지도 등에 대한 영문 번역 통일안(이하 `통일안`으로 표기함)`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하나는 문자 정책과 관련하여 `통일안` 자체가 갖는 내용상의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통일안`을 마련하기 위한 의견 수렴 절차에 담긴 과정상의 의미다.

  우선 내용상의 의미부터 짚어 보자. 이번 `통일안`에서 `남산`의 영문 번역 표기는 `Namsan Mountain`이다. 이는 지명 전체를 로마자로 표기하고 지명이 갖는 구체적인 속성을 병기하는 방식으로, 말하자면 지명은 우리말 발음을 로마자로 음역하고 그 속성은 영문으로 의역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러한 표기를 읽는 (영어를 아는) 외국인들은 지명에 대한 발음 정보와 함께 그 의미 정보도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발음 정보와 의미 정보를 아우르는 또 다른 표기 방식은 국어 어문 규범의 하나인 `외래어 표기법`에서도 이미 실행하고 있다. 즉 지명에 산과 강 등의 뜻이 들어 있는 것은 `산`과 `강` 등을 겹쳐 적도록 되어 있어서, Mont Blanc은 `몽블랑 산`으로 표기된다. 이와 같이 인명이나 지명에 대한 부가적 번역을 번역학 이론에서는 `화용적 명시화(pragmatic explicitation)`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다음으로 과정상의 의미를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합리적 대안 마련과 각 이해 주체들의 타협 정신이다. `통일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한국 방문 외국인 및 주한 외국 공관 직원을 대상으로 각종 영문 표기 방식의 선호도를 조사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일이다. 게다가 제각기 다른 영문 번역 체계를 수립하고 운영해 왔던 행정부처(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등)와 민간 부문(한국관광공사) 및 지방자치단체가 기존의 번역 지침을 고집하지 않고 `통일안`에 합의하는 대승적인 자세를 보인 것은 각 이해 주체들 사이의 갈등 조정과 타협에 모범적인 선례를 남긴 것이라 할 수 있다.

 

<위 글은 매일경제 2015년 7월 14일(화)자 33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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