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경남시론] 김근식 교수
[경남신문 경남시론] 김근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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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0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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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불감증

  광복 70주년이라는 요란한 구호가 한창이지만 정작 한반도는 통일과 멀어지고 있다. 아직 분단극복은 요원해 보이기만 하다. 6·15공동선언 15주년이라는 떠들썩한 주장도 소리 없이 사그라지고 말았다. 남북 공동행사는 무산됐고 6·15 정신마저 무기력해 보인다.

  광복 70주년, 6·15 15주년의 한반도는 통일 대신 분단이 심화되고 있고 화해와 협력 대신 대결과 갈등이 증대되고 있다. 

  분단이 영구해 보이고 대결이 영원해 보이는 이유는 지금 한반도 평화가 총체적으로 실종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 상황의 악화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남과 북은 상대를 군사적 능력으로 제압하려는 군비경쟁에만 매달리고 있다. 북한은 핵물질과 핵무기의 지속적 증대와 함께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한국도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I)와 킬 체인뿐 아니라 사드(THAAD) 배치 등 군사적 우월성으로 북의 위협을 막을 수 있다는 군사 만능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세계 교역 규모 10위의 국가가 군사적 긴장과 전쟁 가능성에 노출돼 있음은 분명 비정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반도가 남북의 군사적 대치와 긴장이 심화되고 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서해가 첨예한 대치와 대결의 바다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평화와 협력의 바다는 사라진 지 오래고 그 자리에 이젠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전운만 맴돌고 있다. 최전방 섬들은 요새화됐고 남북의 군대는 증강됐다. NLL을 둘러싸고 남북은 잔뜩 당겨진 고무줄처럼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군사적 긴장과 대치에 더해 남북관계는 정치적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오기와 신경전의 기싸움만 지속되고 있다.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대신 불신하고 미워할 뿐이다. 남이 제안한 것은 북이 무시하고 북이 제의한 것은 남이 거부한다. 금년초 오갔던 대화 제의는 이제 말뿐인 게 되어버렸다. 당연히 대화와 협력은 설 땅이 없다. 상대적으로 편한 민간차원의 교류마저도 정치적 갈등과 기싸움으로 봉쇄 돼 있다. 남북관계에서도 평화는 실종돼 있고 그 자리엔 상호 적대와 미움이 자리 잡고 있다. 남은북을 의심하고 지긋지긋해하고 북 역시 남을 미워하고 기분나빠 한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고조와 남북관계의 정치적 대결이 지속 심화되는 조건에서 동북아는 더더욱 갈등과 대결의 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이 중국을 견제하는 재균형 전략임은 중국이 잘 알고 있고 중국의 신형 대국관계 역시 미국의 헤게모니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중국식 발언임은 미국이 잘 알고 있다.

  일본은 작금의 동북아 갈등에 편승해서 미국과 군사적 일체화를 진전시키고 전쟁수행이 가능한 보통국가로 거급나려 하고 있다. 동북아 각국의 갈등 지향적 구도에 가장 큰 구실이 되는 게 바로 북핵이고 북한문제이며 지금 한반도의 긴장과 대립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힘은 맞부딪치는 남북관계가 정치군사적 대결의 심화로 이어지고 전쟁 가능성과 군사적 긴장 고조도 진행될 때 한반도 평화는 실종되고 위협받는다. 한반도 평화의 실종은 결국 동북아 긴장과 대결에 기여하고 우리 내부의 적대와 갈등을 증폭시키는 데도 기여한다.

  이제라도 평화의 절박성과 정당성을 고양하고 주장해야 한다. 언제부턴가 사라져버린 평화의 담론을 다시 복구해내야 한다. 군비경쟁 대신 군사회담을 강조해야 하고 군사주의와 안보담론 대신 평화주의와 대화협상의 우월성을 주장해야 한다. 남북 상호간 적대와 기싸움 대신 상호 존중과 이해의 정신을 확산해야 한다. 평화가 사라진 통일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남북관계에, 우리 내부에, 동북아에 평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평화로운 통일은 위선일 뿐이다. 광복 70주년과 6·15 15주년에 다시금 한반도의 평화를 일깨워야 한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5년 7월 6일(월)자 23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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