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김용복 교수
[한국일보 칼럼] 김용복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06.2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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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회법 논란과 대통령 리더십

  메르스가 가져다 준 사회적 불안과 공포감은 국가와 정치의 중요성을 뼈져리게 느끼게 했다. 지난 19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인 29%로 떨어졌다. 국민들의 정치불신과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실망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메르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논란인 ‘국회법’을 둘러싼 청와대와 국회의 갈등은 더욱 심각한 정치위기가 상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위법 취지에 위반하는 행정부의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시정을 요청하는 권한을 제도화한 개정국회법이 지난 본회의에서 재석 국회의원 244명중 86.5%인 211명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이에 대해 위헌요소가 있다는 청와대의 반발로, 표류하던 법안을 여야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로 ‘국회가 시행령의 수정을 요구한다’라는 표현을 ‘요청한다’로 바꾸어서 정부에 송부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글자 하나 바꾼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반응을 보이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고 이러한 청와대의 압력에 여당의 내부분열이 나타나면서 국회 합의가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청와대의 압박에 국회가 굴복하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대통령의 권력과 국회의 권력은 모두 국민에게서 나온다. 이 말은 어느 권력이 더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다. 본래 대통령제는 국회와 대통령이 권력을 분할하도록 설계되었다. 따라서 대통령의 행정부는 입법부인 국회와 협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언급했듯 “대통령은 엄청난 권한을 가진 사람”이지만 대통령은 “이러한 권한을 엄청난 제약 하에서 사용해야”한다. 대통령이 많은 권력을 국회와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러한 권력분립 하에서 대통령의 권력은 설득의 권력을 의미한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설득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 트루먼 대통령이 말한 바와 같이 “대통령이 가진 주요 권력은 사람들을 데려와서 …해야 할 일을 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설득하기 위해 대통령은 국회와 협상하고 거래하거나, 자신이 가진 독점적인 대중매체에 대한 접근권을 활용해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국회법 개정 사태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절차가 더욱 대통령의 아쉬운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는 여야합의로 두 번이나 중재안을 만들어 냈다. 그것을 거부한다는 것은 대통령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 위에 군림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설득이 어려운 여소야대의 국회일 경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과반수 의석을 가진 여당의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충분히 설득하고 협상하지 못했다는 점은 유감이다. 법안의 내용을 몰랐다면 정무적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국회를 설득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정치의 부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물론 여야 국회의원들의 책임도 있다.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소신을 바꾸거나 국회의 위상을 지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국회의 권위를 지키는 것은 의원들과 정당의 몫이고, 뽑아준 국민의 기대에 보답하는 길이다. 표는 국민에게 호소하면서 눈치는 대통령과 청와대에 가 있다면, 스스로 입법부의 위상을 포기하는 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역시 아쉬운 것은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설득하고 협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야합의를 부정하려는 최근의 모습은 소통과 정치력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지금이라도 여야합의와 국회를 존중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제가 있다면 여야합의를 받아들인 이후 차분하게 대응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메르스와 가뭄이 사회적 불만을 야기하고 경제를 발목잡고 있는 시점에서 국회와 청와대의 충돌이라는 국민여론과 동떨어진 뉴스가 들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것도 청와대발 뉴스로서 말이다. 대통령의 설득과 협상의 리더십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나날들이다.

 <위 글은 한국일보 2015년 6월 23일(화)자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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