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일보 칼럼] 정일근 교수
[경상일보 칼럼] 정일근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06.19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르스 사태 한 달을 보내며

  메르스 사태는 끝이 없다. 대한민국은 한 달째 날개 없이 추락중이다. 현재 메르스의 답은 없다. 정부는 매주 고비라고 발표한다. 고비를 넘지 못한 사태는 지금까지 고비에서 고비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1번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그 이후 메르스 환자들은 번호로 호칭된다. 확진환자 1번부터 169번까지, 번호로 호칭되는 환자는 인격이 사라진 그림자 같다. 최전선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헌신에 감사하다. 그러나 존중받아야 하는 국민인 환자에게 사각지대가 없는지 궁금하다. 20명이 넘는 사망자에게 애도를 표한다. 확진환자와 격리환자들에게 용기를 내라는 말씀을 전한다.

  최근 모대학병원 의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렇게 적었다. “이쯤 되면 방역이 뚫렸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방역이 뚫리면 그다음은 개인위생과 치료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1차, 2차, 3차까지 진행되었고, 4차 감염자부터는 감염원 확인조차 어려울 것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야하는 시점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이제 메르스는 의사의 손을 떠났는가? 국민 개개인이 위생을 철저히 하고 나름대로 치료해야 하는 것이 답인가? 메르스는 질병이면서 공포다. 환자 못지 않게 국민의 공포심 역시 크다. 메르스가 여기까지 왔다면 국민의 공포 또한 큰 질병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알베르 까뮈는 <페스트>란 소설을 썼다. 페스트는 흑사병(Black Death)이다. 유럽인구의 절반이 페스트로 생명을 잃었다고 전해진다. 알베르 까뮈는 이 소설에서 “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사람을 찾아온다”고 했다. 페스트를 비롯해 천연두, 에이즈 등 인류를 위협하는 균은 언제나 찾아왔다. 역사의 마지막 정의는 ‘균과의 전쟁’으로 기록될지 모르겠다.

  메르스는 진행 중인데 후유증은 벌써 나타난다. 대통령의 지지도처럼 우리 경제 역시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취업까지 책임져야 할 선생은 암담하기만 하다. 메르스 전 수출 감소로 올해 23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했다. 이번 사태로 신입사원을 뽑지 않겠다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메르스가 청년들의 일자리를 수없이 뺏어가고 있다. 메르스는 청춘들에게 좌절의 바벨탑인가. 메르스 이후 한국의 청춘들은 최악의 ‘취업 빙하기’를 맞을 것 같아 두렵다.

  국제관광은 한국을 전쟁 중인 국가로 취급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신인도는 하락하고 있다. 덩달아 내수는 바닥이다. 물가는 폭등한다. 정부는 비가 오면 메르스 확산이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답은 하늘에 있다는 것인가?

  내일(20일)이면 메르스 발생 한 달이다. 울산은 메르스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 다행이라는 말을 하지 못하겠다. 메르스 전선은 창원, 부산에서 올라오고 포항, 경주에서 내려오고 있다. 울산의 유동인구수를 감안한다면 메르스 청정지역이 아니다. 경우의 수가 높다는 것을 인식하고 경계해야 한다.

  메르스 환자가 나오면 ‘뚫렸다’는 표현을 쓴다. 서울삼성병원은 메르스에 뚫려 폐쇄를 했다. 정부와 당국에 묻는다. 우리나라가 언제 메르스 방어벽을 갖추고 있었는가? 서민은 치료조차 받기 어렵다는 그 서울삼성병원은? 뚫렸다는 말은 방어벽을 쳤을 때 사용하는 비유다. 여기에 울산의 답이 있다. 뚫리지 않기 위해 신뢰받을 수 있는 방어벽을 쳐야한다. 그래야 어떤 문제 앞에서 세금 내는 시민들에게 미안하지 않을 것 아닌가?

<위 글은 경상일보 2015년 6월 19일(금)자 19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