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일 교수, 6번째 시집 '옥비의 달'
박태일 교수, 6번째 시집 '옥비의 달'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11.1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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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머문 공간… 그속에 켜켜이 쌓인 시간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마냥 기쁘지는 않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 공간에 켜켜이 쌓인 시간은 그 무게만으로도 힘겨울 듯하다.
 
  시인 박태일(경남대 교수)의 여섯 번째 시집 '옥비의 달'(문예중앙)은 그런 슬픔과 상처들을 찬찬히 읽어 내며 삶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시편들로 가득하다.
 
  '가을은 다시 달린다 비틀비틀 가방을 멘 채/어느 구석 나라에서 왔나 동대구역 비둘기/가을은 참참 쓸개주를 마신 뒤/시골집 울타리에 꽈리 붙어 익은 꽈리처럼/속을 비운 남행 기차로 오른다/가을은 달리기를 마치고/가을은 비에 젖고/가을은 다시 달린다 웃는다.'('가을은 달린다' 중)

  공간은 시인의 오랜 시적 대상이었다. 시인은 "사람에 대한 관심보다 사람이 놓인 자리에 대한 관심을 갖고 쓴 시들이 많다. 우리 시는 사물에 지나치게 인격을 부여하는, 인격적 상상에 갇힌 경향이 있다. 그런 개별적 이야기보다는 집단 기억이나 추억을 되살리는 시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시집에는 녹산, 안창마을, 성모병원, 영락원, 구덕포 등 부산의 공간들이 시로 형상화되고 있다.

  박태일이 시어를 얼마나 능숙하게, 또 새롭게 다루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집이기도 하다. 사회적 목소리나 문학적 행보에 있어서 진지한 편인 그는 시적 언어에 있어서는 리듬을 강조하거나, 때로는 해학적으로 뒤트는 등의 흥미진진한 시도에 주저함이 없다. 그 덕분에 삶의 슬픔마저 이겨 낼 것 같은, 시의 놀라운 힘이 느껴진다. '상추와 상치를 왔다 갔다 하는 사이/치마를 입었다 치매를 벗었다 하는 사이/입맛이 바뀌고 인심이 달라졌단 뜻인가/아 조선흑치마라니 청치마라니 오늘은/알타리무가 치마아욱 곁에 쪼그려 앉았다.'('상추론' 중)

  시집 '옥비의 달' 출간에 즈음해 시인은 전에 없던 행보들을 보이고 있다. 시인이 되고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독자들과 만난다든가, 1980년 등단 후 대략 5년마다 시집을 내야지 하던 규칙을 벗어난다든지 하는 일들이다. 시인은 지난달 29일 제자인 손택수 시인과 북 콘서트를 열었다. 그럼에도 그의 문학적 발걸음만은 굳건하다.

  여섯 번째 시집과 함께, 시인은 마산 지역문학과 마산 근대예술문화를 정리한 저서 '마산 근대문학의 탄생'과, 러시아 사회주의 리얼리즘 어린이문학의 핵심이랄 수 있는 마르샤크의 '동화시집'을 전문 그대로 소개하는 책을 내놓기도 했다. 시인은 최근 북한문학을 연구하다 천재 시인 백석이 번역한 '동화시집'을 발굴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지역 작가론, 부산과 경남의 지역 시들에 대한 평, 지역 문학현실을 고찰한 평문 등을 담은 시인의 첫 비평서 '지역문학 비평의 이상과 현실'도 내놓고 있다.

<위 글은 부산일보 2014년 11월 17일(월) 21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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