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작 ‘옥비의 달’은 지난 2004년 시인이 안동 이육사문학관 개관식에서 이육사 시인의 딸 이옥비씨를 만난 일을 마음에 새긴 것에서 비롯됐다. 옥비씨가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나라(일본)에 머문’다는 것과 같은, 짧았지만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름질 옥 아닐 비 / 간디같이 욕심 없는 사람 되라셨던 아버지//아버지 여읜 네 살 옥비 / 세상 여느 달보다 환한 낮달 / 일흔을 넘겨다보는 한 여자가 / 동쪽 능선 위에 고요히 떠 있다.’ (‘옥비의 달’ 부분)
“글쓰는 사람으로서, 시인으로서의 이육사 선생에게 동질감을 느꼈죠, 아버지가 저항시를 써서 모진 고초를 당했기에, 숨죽여 떠돌아야만 했던 따님에 대해서도 측은한 마음, 애틋한 마음이 들었고요.”
육사 선생이 이 땅에 애정을 가졌듯, 그도 공간과 장소에 대한 애정이 깊다. 시에게도 ‘자꾸 달리자’고 주문한다. 황강 연작시부터, 동묘, 영락원, 오륜동, 구덕포, 산해정, 법화사, 해인사 등 장소에 대한 시가 유난히 많은 것은 그 때문이다.
시집과 함께 더불어 낸 두 책도 지역문학 연구의 결과물이다. 박 시인이 북한지역문학을 연구하기 위해 서적을 수집하다 찾아낸 백석 ‘동화시집’(경진출판)이 처음으로 출판됐고, 마산지역문학과 마산 근대예술문화를 정리한 ‘마산 근대문학의 탄생’도 함께 나왔다.
박 시인은 1945년 합천 출생으로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리운 주막’, ‘가을 악견산’, ‘약쑥개쑥’ 등이 있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4년 10월 2일(월)자 18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