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기고] 임을출 교수
[서울경제 기고] 임을출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10.06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 실세 3인 방한 이후 남북관계

  남북관계가 대반전의 계기를 맞았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한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았던 와중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 비서 및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 등 군 최고 실세, 당 실세, 대남 담당 등 3인을 남측에 전격적으로 내려보내면서 관계복원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외자도입 위해선 남북 경색 완화 필수

  북한 고위급 실세들의 깜짝 방한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특별해 보인다. 특히 황병서·최룡해 등 전현직 군 총정치국장의 방한은 매우 이례적이다. 군 총정치적국장은 최고지도자를 대신해 군을 통제하는 요직으로 사실상 김정은 체제유지의 핵심 보루다. 김정은이 자신의 심복을 두 사람이나 동시에 내려보낸 것은 다목적을 띠고 있지만, 특히 자신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가장 극적으로 입증하려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 군부를 대표하는 황병서를 파견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 군부의 협력 의지를 과시하는 목적도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그토록 남북관계 개선에 집착하는 것일까. 사실 김정은은 정권 초기부터 어느 정도 일관성을 갖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 노력해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 정부와의 관계개선은 김정은 정권이 취약한 정통성이나 정당성을 보다 확실히 확보하기 위한 민생경제 발전 목표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남북관계가 5·24제재조치 이후 경색됐음에도 경제실적이 개선되면서 실제 주민생활도 어느 정도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보다 통 큰 경제발전상을 그리고 있다. 북한 전역에 20여개 경제개발구를 지정하고 원산~금강산 일대의 국제관광특구 개발계획을 내놓는 등 아버지 김정일과 차별화된 경제발전 구상을 실현하려 애쓰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남한을 비롯한 외부세계에서 자본을 끌어와야 하는데 꽉 막힌 남북관계가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까지 금강산관광 재개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지도자의 최대 경제치적 중 하나로 간주하는 원산~금강산 국제관광특구 개발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자도입을 통한 개발이나 대규모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남측 관문, 즉 금강산관광이 먼저 열려야 한다는 것이 북측의 생각이다.

이산가족 상봉 재개 등 해빙 가능성

  결국 최고위급 실세들이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명분으로 한꺼번에 인천땅을 밟은 것은 더는 남북관계를 파국 상태로 내버려두지 말아야 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국제무대에서 북한 인권과 핵·미사일을 문제 삼아 포위망을 구축하며 공세를 강화하던 참이었다. 이에 북한은 아시안게임 기간 중에도 박근혜 대통령을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비난하면서 극도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대반전이 일어난 것은 우리도 남북관계의 파국을 막을 필요성이 있었지만 북한에 더 절박한 개선의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에 남북한이 합의한 대로 2차 고위급 접촉이 조만간 이뤄진다면, 많은 현안이 논의되겠지만 우선 금강산 관광 재개의 전제라 할 수 있는 5·24제재조치 완화 문제, 이를 위한 이산가족 상봉 재개 등 북한 측의 전향적 태도변화가 어느 정도 이뤄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다.

<위 글은 서울경제 2014년 10월 5일(일)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