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시론] 박재규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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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08.1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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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대북 메시지’를 기대한다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 대박’을 강조하고 독일 드레스덴을 방문해 통일 실현 구상의 일단을 제시했다.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어 범국민적 차원에서 통일 준비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정체상태만 지속됐다.

  한반도가 분단된 지 내년이면 70년이 된다. 정부는 오는 19일 남북고위급접촉을 갖자는 대북 제의를 했다. 북한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한다. 이번 ‘8·15 대북 메시지’는 고위급 접촉의 결실을 이끌어내고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남북관계는 과정을 통한 신뢰의 토대 없이 일거에 획기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한동안 지속된 경색국면을 타개하면서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고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남북 모두 진정성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아직까지 뚜렷한 변화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은 주변 정세를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은 국제질서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일본과 북한, 러시아 역시 합종연횡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도 우리가 동북아의 주요 행위자로 제구실을 할 수 있게 하는 지렛대인 남북관계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우리 주도로 남북관계가 발전하면 우리의 외교적 선택지는 더 다양해지고 넓어지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서로 만나고 소통·교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남·북·러가 함께 추진하는 나진-하산 물류사업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의 참여를 허가하며, 5·24 조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가 탄력성을 조금 더 보여준다면 서서히 물꼬가 트여 남북의 대화와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당국간 대화와 교류가 어려운 상황에서 남북이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민간 교류와 협력이 지속·확대돼야 한다. 이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첫걸음을 뗄 수 있다. 또한 민간 교류·협력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토대로 기능하면서 당국간 대화도 견인할 수 있다. 민간 협력은 북한이 호응·협력하게 할 수 있는 동인이 된다.

  금강산관광 사업 재개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단순히 중단됐던 관광사업을 재개한다는 의미보다는 민간 교류의 지속·확대를 통해 남북관계 진전의 동력을 만든다는 데 뜻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뢰가 쌓이면 이것이 곧 관계 정상화의 기초가 되어 진전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 일회성으로 추진됐던 이산가족 상봉도 정례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참가하는 문제도 탄력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있으면 시정하되, 지엽적인 문제는 대승적 차원에서 포용하는 유연성을 보여줘야 한다.

  비정상적인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원칙을 지키되, 실용적인 측면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가져야 한다. 납득할 수 있게 북한을 설득하고 전략적 사고로 긴 안목을 갖고 대처하지 않으면 긍정적 변화를 끌어낼 수 없다. 동북아 정세는 시시각각 변화하며 요동치고 있다. 우리는 먼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확고한 축을 만들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통일을 준비하는 초석을 놓아야 한다. 박 대통령도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남북관계 개선조치를 시작으로 하는 통일 준비는 미룰 수 없는 과제이자 사명이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이라는 점에서 실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위 글은 한겨레 2014년 8월 12일(화)자 31면에서 발췌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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