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기고] 송민순 석좌교수
[매일경제 기고] 송민순 석좌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06.3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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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방에 日·中 활용하길

  북한과 일본은 납치문제와 관계 개선 후속조치를 위해 다음달 1일부터 베이징에서 다시 만난다. 그 이틀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한다. 북한을 제쳐 두고 한국에 먼저 오는 모양을 중시하고 있다. 미국과 함께 3각 군사협력까지 어설프게 운운하던 한국과 일본은 마주 앉기도 어려운 사정이다. 일본이 21년 전 스스로 공식 발표한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까지 뒤집고 싶어 할 정도로 퇴행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동북아 최대 안보 위협이자 한반도 문제의 결정적 장애 요인이 되어온 북한의 핵은 선반 위에 놓인 채 잘 보이지도 않는다. 아시아로 돌아오겠다던 미국은 지난 35년간 원수같이 지내던 이란과 손잡고 이란문제를 해결한다면서 중동으로 다시 돌아갔다.

  분단 70년에 다가서고 있는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 입지를 약화시키려 옆 나라들에 공을 들이는 데 여념이 없다. 풍경이 낯설고 불편하다.

  북ㆍ일 간의 지난 5월 말 합의는 양측의 실리가 결합된 것으로 연초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일본으로서는 미ㆍ일ㆍ중 G3 구도로 동아시아를 움직이려 한다. 미ㆍ중 G2 중심의 질서 구축 추세에 변화를 주기 위해 우선 가장 취약한 북한의 문을 두드렸고, 북한은 한ㆍ미ㆍ일 공조의 압박과 대중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화답했다.

  일본은 그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집단자위권 행사의 주요 명분으로 내세워 왔다. 그러나 이제는 센카쿠(댜오위다오)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 요인만으로도 보통 국가의 군사력 보유 명분이 된다고 본다. 그래서 일ㆍ북 관계의 초기 진전에는 북한 핵이 가로막지 않을 것으로 간주한다.

  반면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에서 경제 회생의 가속화와 대남 관계의 유리한 위치를 위해서는 대일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한편 한ㆍ중 간에는 한반도 안정을 위한 협력은 물론 경제, 문화, 인적 교류의 무게가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여기에다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더 높은 차원의 전략적 계산을 더하면 한국 마음 사로잡기 외교를 전폭 전개하기에 충분하다. 시 주석이 지금 당장 김정은과 회담할 사정이 안 되기도 하지만, 평양보다 서울을 먼저 방문하고 대일본의 공조 깃발을 올리면서 공을 들일 만하다.

  중국은 `중ㆍ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강조한다. 그러나 정작 핵심 전략 이슈인 북한 핵에 대해서는 상황관리 이상의 과단성 있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핵 활동 중지와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를 연결시키는 상호조치를 중국이 보장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음에도 미국에 그렇게까지 아쉬운 소리는 하지 않으려 한다. 과연 어떤 것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인지 되묻게 한다.

  이처럼 각국은 당면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그럼에도 동북아의 역학관계와 안보구도가 기본적으로는 변하지 않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북한 핵문제 해결이 진전되지 않는 한 북ㆍ일 관계 정상화는 어렵다. 한ㆍ중 관계는 한ㆍ미동맹의 미래를 포함한 통일 한국의 비전을 공유하는 수준으로 발전될 때 비로소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될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는 지역의 각 구성원들 간 관계를 제로섬이 아니라 다자적이고 상호 발전적으로 전환시키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ㆍ중 관계의 진로가 우리의 대미ㆍ대일 행동 반경에 제약을 가져오지 않도록 관리하고, 북ㆍ일 관계 진전이 북한 개방을 가져오도록 대국적 관점에서 장려해야 한다.

  한국의 미래는 한ㆍ중ㆍ일 협력에 의한 동북아 평화 번영과 한ㆍ미ㆍ중 조율에 의한 한반도 문제 해결의 고리 역할을 하는 데 있다. 어떤 경우에도 그 문을 열어 두어야 한다.

<위 글은 매일경제 2014년 6월 30일(월)자 38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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