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시평] 심지연 명예교수
[중앙일보 시평] 심지연 명예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06.1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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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회로는 '국가개조' 절대 못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던 우리의 자세를 총체적으로 되돌아보고 반추하는 성찰의 장(場)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마저도 공정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양적인 성장만을 추구한 결과 그와 같은 참사가 발생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기업과 개인의 탐욕을 감독하고 관리해야 하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이 점에서 ‘국가개조’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필요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쌓여온 모든 적폐를 도려내겠다며 국가안전처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여당은 대표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의 대변혁을 이루기 위해 국회에 국가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책임 소재의 규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기는 하나, 야당도 ‘국가개조’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기에 조만간 이 문제를 놓고 국회 차원에서 치열한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지금까지의 행태로 볼 때 현 국회가 과연 쌓여 있는 적폐를 도려내고 대한민국의 대변혁을 이룰 수 있을 정도로 건실한 논의구조를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생색내기에 그치고 만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는 차치하고라도 ‘세월호 국조특위’조차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고, 공무원의 부패방지를 위한 ‘김영란법’의 처리는커녕 후반기 원 구성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이러하기에 국회가 ‘국가개조’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의사가 자기 몸을 청결히 하는 것처럼 국회 스스로 고칠 점은 없는지 이번 기회에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관리감독업무를 소홀히 한 정부 때문에 사회 전반에 적폐가 쌓였다고 한다면,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업무를 게을리한 국회 역시 그러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회에 적폐가 쌓였다고 한다면, 정부감독업무가 주요 기능 중 하나인 국회는 적폐가 쌓이도록 정부를 방치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국회에서 진행되는 ‘국가개조’ 논의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그러한 논의에 앞서 국회가 솔선수범하여 자신을 개조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 개조의 출발점은 정부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의 회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원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의 개조가 요구된다. 그러나 현 상임위제도는 의원이 전문성을 갖추기가 거의 불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다. 상임위 위원 임기가 2년밖에 되지 않아 의원이 소관분야의 전문성을 축적하기 어렵고, 상임위 산하 소위원회가 정책분야별로 세분화되지 않고 획일적으로 법안심사·예결산심사·청원심사소위로 구성, 운영되고 있다. 이마저도 상설화되지 않아 정부를 감독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고 전문성이 떨어져 법안이 졸속으로 처리되고 정부나 이익집단의 청부입법에 휘둘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국회의 연구 및 조사 기능을 충실하게 보강하는 작업이 시급히 요청된다. 선출직 국회의원이 특정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갖추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전문적인 입법지원기구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필요성에 따라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가 설립된 것이다. 전문성을 갖춘 보좌기관의 도움을 받아 국회가 정부를 철저하게 견제하고 정부 산하기관을 집요하게 감시할 경우, 이른바 ‘모피아’ ‘관피아’라는 말이 나올 여지조차 없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국회가 실력을 갖추어야 비로소 나라가 바로 선다는 각오로 보좌기관의 인력을 강화할 것이 요청된다.

 마지막으로 ‘국가개조’에 관한 논의는 수많은 조사와 자료의 토대 위에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한 것처럼 단편적이고 당파적인 주장만 갖고 결론을 내거나, 책임 추궁과 단죄의 대상을 찾는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할 것이 아니라, 국회도 절반의 책임은 있다는 자세로 논의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일이 걸리더라도 철저하게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대안을 마련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오히려 부작용과 엉뚱한 희생양만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위 글은 중앙일보 2014년 6월 19일(목)자 31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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