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정당정치 석학 경남대 심지연 교수 퇴임
존경받는 정당정치 석학 경남대 심지연 교수 퇴임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4.04.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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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연구업적·치밀한 연구태도 귀감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심지연 교수 퇴임 기념식이 지난 12일 오후 6시 창원 리베라컨벤션 10층 베네르가든에서 열렸다.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총동창회(회장 황찬준·85학번)가 주최한 이날 기념식은 동료 교수, 졸업생·재학생 등 50여 명이 모여 학교를 떠나는 스승의 지난날을 추억하고 새로운 앞날에 대한 건승을 기원하는 자리였다.

  황찬준 총동창회장은 기념사에서 "대학 시절 학문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올바른 길을 제시해주신 교수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슴깊이 새겨오고 있다"며 "우리 마음속에 언제나 한국 정당정치학계 바이블로 기억되실 교수님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재인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축사에서 "학자는 일반적인 직장인과 다르게 자기와 싸움이 중요하고, 각자 연구분야에 대한 충실도가 얼마나 깊은지가 학자로서 바로미터"라면서 "그런 점에서 심 교수는 모범을 보여 준 분"이라고 했다.

  실제로 심지연(66) 교수는 국내 정당정치학계 석학으로 손꼽히는 학자다. 특히 반공을 위시한 군사 권위주의 정권 통치 아래에서 주목받기 어려웠던 해방 공간 사회주의 계열 정치 인물에 관한 연속적이면서도 뛰어난 연구 업적을 많이 남겼다. 덕분에 한국 정당·정치사 연구는 물론 근현대사 연구에 한 획을 그은 학자로 평가받는다. 남북한 통일 방안과 관련한 다양한 저작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1948년 대전에서 태어나 대전고,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학사와 석사,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 박사 등을 거쳐 1979년부터 1982년까지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다. 경남대 정치외교학과에는 1982년 부임했으며 2001~2002 한국정당학회 회장, 2003년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 2003~2004년 한국정치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10년에는 제18대 국회에서 제3대 국회입법조사처장을 맡아 국회 운영 방식 선진화에 기여했다.

  주변 연구자들 평가에 따르면 심 교수는 빈틈없는 사료 정리와 치밀한 해석을 바탕으로 한 연구가 강점이다. <박헌영 노선 비판>(1986), <잊혀진 혁명가의 초상-김두봉 연구>(1993), <허헌 연구>(1994), <송남헌 회고록>(2002), <이강국 연구>(2006), <최창익 연구>(2009) 같은 저서는 공백으로 남아있던 일제강점기 공산·사회주의 계열 인사들의 민족해방운동, 해방 공간에서 공산·사회주의 정당 건설 활동이 가진 역사·철학적 그리고 정치적 맥락을 짚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국외 이론 분석틀을 이용해 국내 정치 상황을 설명하기보다 '1차 사료'를 통해 당시 사건이 가진 맥락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을 중요시한 연구 태도는 정치학은 물론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도 좋은 본보기로 회자된다.

  심 교수는 이날 기념식 자리에서 '한국정당정치의 특징'을 주제로 짧게 강의했다.

  그는 강의에서 "한국 정치는 '위기와 통합의 정치'다. 해방 이후 한국 정당들은 위기 상황을 다른 당과의 통합을 통한 몸집 불리기로 헤쳐나가는 특징을 보였다. 이러다보니 한국 정당은 '정체성'이 없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 됐다"며 "정체성이 전혀 다른 정치 집단끼리 힘을 모으고자 몸집 불리기에만 혈안이니 선거 때만 되면 결국 혈연, 지연, 학연에 따른 투표 행위가 횡행하게 되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한동안 안철수 진영에서 정치적 자문 역할을 해 온 심 교수는 앞으로 "정치와는 거리를 둘 예정이다"고 밝혔다.

  대신 그동안 집대성한 연구 성과를 정리하는 책 집필에 매진할 뜻을 밝혔다. 심 교수는 "우리나라에 공산·사회주의를 도입하게 된 경로와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에서 사회주의를 택한 주요 인물들이 어떤 사상이나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그런 활동에 임했는지를 조명하는 것이 큰 틀이 될 것이다"면서 "이들이 내비친 공산·사회주의 철학 안에서도 종교, 예술, 계급 규정 같은 세부적인 주제에 대해 어떻게 사고하고, 이것이 이들 개개인이 구축한 사회주의적 이론 체계 형성과 실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규명하는 데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 글은 경남도민일보 2014년 4월 16일(수)자 8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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