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인터뷰] 김정대 교수
[경남신문 인터뷰] 김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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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0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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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 말 써야 우리말 우수성 지켜”

 김정대 경남대 인문대학장
 “우리말 발굴·보존 힘써야”

   한글은 우수하다. 문자체계 분야의 대가인 제프리 샘슨 박사는 한글을 ‘자질 문자(featural writing)’라고 극찬했다. 자음과 모음이 결합해 하나의 음운을 이루는 알파벳 문자 중 지구상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가 바로 한글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한글의 우수성이 표기의 우수성에 그쳐도 이 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김정대 경남대 인문대학장은 “토박이 말이 사라지고 한자어나 영어를 우리말로 표기하는데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언젠가는 ‘나는 너를 많이많이 사랑한다’가 ‘아이는 유를 매니매니 러브한다’는 식으로 쓰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주요한 어휘는 외래어로 대체되고 조사와 어미만 남는다.

   김 학장은 “토속적인 정감과 소속감이 어린 고유의 의미가 빠지면 그 문자 체계는 껍데기일 뿐이다”며 “고유어는 일찍이 한자에 의해 침범당했고, 근래에는 영어에 의해 침범당한다. ‘뫼’가 ‘산(山)’에 밀려나고 ‘가람’이 ‘강(江)’에 밀려났듯, 언젠가는 ‘똑똑하다’는 ‘스마트하다’로 ‘우스갯소리를 잘한다’는 ‘유머러스하다’로 완전히 대체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김 학장은 “다양한 지역민들이 어머니 뱃속에서 들어 왔던 ‘탯말’이 표준어가 구현해 내지 못한 우리말의 공백을 두텁게 메울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에서 제주도가 ‘제주어 보존 및 육성 조례’를 제정하고 강릉시민들이 2007년 ‘강릉사투리보존회’를, 2012년 경남지역 재야학자들이 ‘경남방언연구보존회’를 결성한 것은 뜻있는 일이다.

   두 사람이 싸운다. 주변 사람이 몰려가 싸움을 말린다. 그러자 이 두 사람은 주변의 관심에 힘입어 더 과장된 몸짓을 하며 으름장을 놓는다. 이 두 사람의 모양새를 하나로 담아낼 어휘가 표준어에 존재할까. 경남 방언에는 ‘주위의 관심에 편승한 과장된 행위’를 뜻하는 ‘늑삼’이라는 어휘가 있다.

   김 학장은 “토박이 말은 한글을 다양하고 폭넓게 하는 데 이바지한다”며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을 ‘우리글’로 적는 숭고한 일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3년 10월 8일(화)자 7면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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