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규 총장, 경향신문 특별기고
박재규 총장, 경향신문 특별기고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08.21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산가족 상봉 반드시 이뤄져야

   남과 북은 한 발씩 양보하는 타협의 정신으로 7차례의 끈질긴 실무협상 끝에 잠정 중단된 개성공단을 발전적으로 정상화하기 위한 합의를 이루었다. 남북관계의 파국을 막고 관계정상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지난 기간 동안 안보 불안과 비정상적인 남북관계 상태의 해소를 위해 원칙을 지키면서 남북관계를 개선·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고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통해 “남북한 간에 불신과 대결의 시대를 넘어 평화와 통일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평화를 만드는 것은 상호신뢰가 쌓여야 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개성공단 재개 합의를 계기로 생긴 신뢰를 키워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어 가자는 것으로 이해된다. 첫 조치로서 가장 시급한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추석을 전후하여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이념을 떠난 비정치적인 인도적 사안이다. 남북 간 여러 사안과는 달리 절박함이 담겨 있다. 고령 이산가족들은 시간과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다. 오직 가족 한 번 보기 위해 일생을 기다리며 살아 왔다.

   이산가족 생존자 7만3000여명 가운데 70대 이상 고령자가 80%에 달한다. 작년 한 해 동안 4000여명의 이산가족 신청자가 작고했다. 10여년 후면 고령 이산가족 대부분이 세상을 떠날 것이라고 한다. 상봉이 한시가 급한 이유이다. 더 이상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든지 조건을 달아서는 안된다.

   북한 측은 우리 측이 제의한 8월23일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에 앞서 22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먼저 하자고 역제의해 왔다. 이산가족 문제를 금강산 관광 재개와 연계하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관광 재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를 떠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도적이며 매우 시급한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성격이 전혀 다른 문제이다. 두 문제를 직접 연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이러한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해결되기 어렵다. 개성공단 가동 합의를 계기로 마련된 남북 간의 좋은 분위기를 키워나가 점차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까지도 해결해 갈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지혜로운 접근이다. 북한 측이 여러 면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가 시급하고 필요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산가족 상봉이 우선임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금강산관광 실무회담을 오는 9월25일에 개최할 것을 수정 제의했다. 개성공단이 정상 가동되고, 이산가족이 그리던 혈육들과 상봉하여 남북간의 신뢰가 쌓이게 되면, 순조롭게 금강산 재개의 문제도 잘 논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 측이 너무 서두르지 말고 차분히 순서와 순리에 맞춰 대응해 나오게 되면, 남북관계가 발전적 국면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어가는 상황에서는 쉽고,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 나가면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도 그동안 추진해 왔던 이산가족 상봉(200여명) 방식을 대폭 개선하여 생사·주소 확인 및 서신왕래와 함께 화상 상봉과 상시 상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최대한 많은 인원이 이산의 아픔을 달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 측은 오늘도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혈육과의 상봉을 기다리고 있는 한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이산가족 상봉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은 모처럼 마련된 남북 간의 신뢰 조성을 통해 남북관계가 발전적으로 지향해 갈 수 있는 기회를 저버리지 말기를 당부한다.

<위 글은 경향신문 2013년 8월 21일(수)자 31면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