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시론] 김지환 교수
[서울경제 시론] 김지환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08.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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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기업지배구조 찾기
   

   법무부는 지난달 기업 지배구조에 관련된 상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사항인 경제민주화를 실행하기 위함이다.

   어느 나라든 기업 경영에 큰 변화가 나타날 때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책이 나온다. 그 기본 모델은 미국 법조협회(American Law Institute)가 1994년에 발간한 기업 지배구조 원칙(Principles of Corporate Governance)이다.


  지나친 대주주 권한규제 오히려 독

   우리는 2001년 상법 개정 때부터 최근까지 미국식 기업 지배구조를 받아들였다. 현행 상법에 의하면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의 경우 사외이사는 3명 이상 이사 총수의 과반수로 선임한다. 사외이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는데 소수주주가 추천한 후보자를 포함시켜야 한다. 또 감사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되고 감사위원은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데 이때 최대주주의 경우 3% 초과 보유 주식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이른바 '3%룰'이 적용된다.

   그런데 1단계에서 이사를 선임하고 이 중에서 감사위원을 2단계에서 선임하다 보니 '3%룰'은 2단계에서만 적용되고 사실상 최대주주의 3% 의결권 제한 규정의 취지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또 감사위원회 설치 회사의 경우 이사회는 감독기관적 성격을 더 강하게 가지므로 집행임원제도를 강제해 업무의 집행과 감독을 분리하자는 의견이 있다.

   또 집중투표제도를 자율적으로 도입한 상장회사는 734개사 중 57개사에 불과하므로 소액주주의 지분율에 따른 비례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활성화를 위해 전자투표 실시를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자회사 이사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 추궁을 모회사 주주에게도 인정하는 다중대표소송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개정안은 감사위원의 분리 선출, 집행임원 선임 강제, 집중투표 및 전자투표 실시 강제, 다중대표소송 신설을 담았다.

   그렇다면 개정안을 이사회 멤버 5인인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에 적용해보자. 감사위원인 이사 선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되므로 제1주주든 제2주주든, 또는 소액주주든 누구라도 연합군은 3명의 감사위원 선임이 가능하다. 여기에 의무화된 집중투표제도는 위력을 한층 더해줄 수 있다. 게다가 이사회에서 집행임원을 선임하므로 감사위원 3인은 자기편의 집행임원 2인을 선임한다. 그러면 제1주주가 비록 50% 초과 주식을 보유하더라도 연합하지 못하면 경영권과 감독권 모두 빼앗긴다.

   이것은 경영자 선임 시 1주 1의결권 행사라는 자본 다수결 원칙에 극히 반한다. 무엇보다 개정안이 내세우는 업무 집행과 감독의 분리라는 지배구조 개선 취지에도 반한다. 그리고 다중대표소송제도 안에서 법인격이 다른 회사의 이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의문이고 자회사의 주주와 모회사의 주주 간 이해 충돌을 해소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우리 실정 맞게 상법개정 이뤄져야

   흔히 삼성전자의 지배구조가 소니보다 못하다면 소니의 국제 경쟁력이 높아야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한다. 기업 지배구조에 있어서 베스트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개정안처럼 의무강제화한 전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무엇보다 재벌의 최대주주 권한 규제에 방점이 너무 강한 듯하다. 필자는 최근 학술대회에서 공개시장별로 지배구조를 달리 할 수 있게 해 기업도 시장을 선택하게 하고 투자자도 시장을 선택하게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한국형 기업 지배구조의 바람직한 모습은 우리 경제와 산업 특징을 살리면서 유연하게 찾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위 글은 서울경제 2013년 8월 7일(수)자 31면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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