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 제민포럼] 김성열 대외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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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07.2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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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를 존중하는 수업

   최근 몇 년 동안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널리 확산되고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들이 받아들여져서 실제로 학교현장은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가장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 수업방법이다.

   수업 방법은 교과내용을 가르치는 방법이다. 수업시간에 어떤 교육방법을 동원하느냐 하는 것은 가르쳐야 할 교과가 어떤 교과냐 또는 교과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어떤 교육방법을 사용할 것이냐의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그 대상인 학습자도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 왜냐하면 교육은 궁극적으로 학습자를 독립된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업의 과정은 교사와 학습자 사이에 자유와 책임이 차등적으로 배분돼 있고 교사는 학습자를 이끌어 가도록 미리 역할을 제도적으로 부여받고 있는 상황이다. 교사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학습자를 대우하는 방식은 크게 보아 두 가지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성인 교사들은 아동 학습자가 가지고 있는 특이한 사고방식 또는 이해(理解)의 수준을 무시하고 오로지 교사 자신의 표준에 따라 가르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교사들은 학습자들을 '독립된 인격의 구심점(求心點)'으로서 인정하기보다는 교사 자신들에 의해 무조건적으로 주형(鑄型)돼야 할 존재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 어느 경우든 이러한 방식에는 학습자를 존중한다는 생각이 들어 있지 않다.

   학습자들이 존중받는 인간과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수업의 과정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학습자들은 그들 나름의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존재다. 비록 아동 학습자들이 성숙한 존재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세상에 대해 그들 나름대로의 견해를 가질 수 있는 존재이다. 그들은 특정의 것을 믿도록 하는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가르침의 대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는 학습자의 사고방식이나 이해의 수준을 고려해 효과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는 우리 교육현장에 아직도 남아 있는 암기·주입식 수업을 하루빨리 지양해야 한다. 암기·주입식 수업은 교사가 학생들로 하여금 가르치는 내용에 대해 학생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또 학습자들이 나름대로 세계를 인식한 것에 근거해 질문을 제기할 수 있는 틈을 주지 않은 채 '내가 가르치는 것은 무조건 옳으니 암기하라'는 식의 수업이다. 이러한 수업방법이 동원되는 경우에는 아동 학습자들은 성숙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의 견해를 가진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동들은 스스로 일을 저지르고 잘못을 찾아냄으로써 배워 나간다. 교사들은 비록 아동들이 판단능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의식의 구심점을 발달시켜 나가는 과정에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학습자를 하나의 인간으로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 학습자들은 경험을 통해 학습할 수 있는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하고 그러한 기회를 통해 다양한 학습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교사들은 가능한 한 일제식(一齊式) 수업을 지양해야 한다. 일정한 집단의 학생들에게 동일한 내용을 동일한 방법으로 가르치는 일제식 수업 속에서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탐색하고자 하는 세계를 가져볼 수가 없다. 학생들은 성장하는 존재로서 결코 존중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학습자를 존중하는 수업은 교육내용을 잘 전달하는 '효과적인' 교수방법만을 택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효과적인 교수방법은 종종 주어진 교과내용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치는 데만 기여하는 것이라는 기술적 의미로만 쓰인다. 학습자를 존중하는 수업은  이러한 기술적 의미를 넘어서서 가르침의 대상인 학습자를 '인간'으로서 존중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제 교사들은 교과내용만을 잘 가르치려고 할 것이 아니라, 학습자를 인간으로서 존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른바 학습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수업을 해야 한다. '잠재적 교육과정'의 개념이 시사해주듯이, 그래야만 학습자들이 자라나서 타인의 인권을 생각하며 그들을 존중하는 인간이 될 수 있다.

<위 글은 제민일보 2013년 7월 23일(화)자 15면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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