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시론] 이수훈 교수
[경향신문 시론] 이수훈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07.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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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전환 ‘합의’ 지켜져야

   또 한·미간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가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 국방장관이 미국 국방장관에게 2015년 12월로 한·미간에 합의된 전환 일자를 재연기하자고 공식 제안하면서부터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도 공식 제안이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국방부는 보다 구체적으로 금년 가을에 열릴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결론을 낸다는 입장을 천명한 상태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전작권 전환이 잘 준비되고 있고, 이행에 협력할 것임을 재확인한 것이 불과 두 달 전이었다.

   2007년 10월 한·미 양국은 2012년 4월17일자로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데 합의했다. 합의 당시에 한·미간에 심도있는 연구와 긴밀한 협의가 있었다. 한반도 안보상황과 정세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바탕으로 두 동맹국이 합의를 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와 그런 중대한 한·미간 합의를 안보상황 변화를 빌미로 무력화하면서 전환 일자를 2015년 12월로 한 차례 연기했다. 당시 한국 사회가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미 국방 관계자들도 한국 정부의 연기 요청에 매우 당혹해했다는 후문이 있었다.

   우리 군은 새 전환 일정에 따라 그동안 전환에 대비한 준비를 충실하게 해왔다. 참여정부 때는 국방비도 엄청나게 올렸다. 동맹국 미국도 협조가 적극적이었다. 매년 ‘을지 프리덤가디언’ 연합훈련을 통해 실질적 준비 역량을 높여왔다. 전환 이후 한·미연합사를 대체할 ‘신연합체제’ 지휘 체계도 한·미간 조율 아래 가닥이 잡혔다. 재연기는 이런 모든 노력과 성과를 허무는 조치다. 벌써부터 정치권을 비롯해 한국 사회가 이 문제로 인해 분열과 갈등을 빚고 있다.

   전작권 전환은 국가의 기본과 관련되는 사안이다. ‘국격’과도 직결된다. 그런 중대한 사안을 광범위한 공론화 과정 없이 바꾸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용인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도, 인수위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계획대로 차질없이” 이행한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지금 재연기의 핵심 근거로 거론되는 두 개의 안보위협 요인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과 제3차 핵실험이다.

   그런데 장거리 로켓 발사는 대선 기간인 지난해 12월에 있었고, 3차 핵실험은 인수위 기간인 2월에 있었다. 재연기 결정이 공신력을 갖기 위해서는 인수위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새 정부의 정책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점을 밝혀야 했다. 정부가 출범하고 겨우 두 달 만인 5월초 국방부가 미국 측에 재연기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이런 의사결정은 누구도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이 사안은 국가와 국가간의 공식 약속이기도 하다. 국가간 약속을 이렇게 손쉽게 뒤집는 행동을 상대국 미국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국은 도대체 국가의 기본이 되어있는 나라인가를 미국이 의아해할 수도 있는 행동이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신뢰를 근간에서 허물 수 있다. 한국의 대외적 공신력을 전락시킬 소지도 없지 않다. 개인간의 약속도 천금같이 여겨야 할진대 국가간의 약속 이행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박근혜 정부의 신뢰에도 금이 갈 수 있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은 재연기해서는 안되고, 미국과의 합의는 일정대로 지켜져야 한다. 재연기해야 할 이유는 설득력이 없다. 이런 식의 이유로 연기하기로 하자면, 끌어들일 이유야 수없이 많다. 우리 군은 강력하고 안보를 맡을 태세도 갖추어져 있다.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주한미군은 그대로 주둔하고, 한·미연합방위는 유지된다. 군을 믿고, 동맹국 미국의 방위공약을 믿고, 국민이 합심해 예정대로 전작권 전환을 이행해야 마땅하다.

<위 글은 경향신문 2013년 7월 22일(월)자 27면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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