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보도기사] 박태일 교수
[국제신문 보도기사] 박태일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06.2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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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시인은 살아있다

펄펄 뛰는 생명력, 삶에 대한 몸부림
- 도요출판사 문학무크 4집 선보여
- 부울경 시인 49명 작품 136편 묶어

- 강영환·박태일 등 '열린시' 동인들
- 책 서두 진솔하고 묵직한 대담록
- '지평' 시인들의 詩 읽는 기쁨 듬뿍

   1980년대 말 개봉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이 영화는 속도와 효율, 그리고 욕망이라는 거창한 이름표를 단 '브레이크 없는 열차'에 올라타기를 강요하는 획일화된 교육 풍토에 경종을 울리며 수많은 청춘과 기성세대에 감동을 줬다. 엄격한 규율 속에 운영되던 미국의 명문 사립고교에 영문학 교사 키팅 선생님이 부임하고, 그는 학생들에게 라틴어 '카르페 디엠'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으며 '오늘을 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만들었다는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모임까지 재결성, 학생들과 함께 매일 시를 읽으며 '청춘의 낭만을 즐기고 참다운 인생을 고민하라'고 가르친다.

   시를 읽지 않는 세태다. 정확하게 말하면 시를 읽는 독자를 찾기 어려운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함량 미달의 시와 시인은 넘치는데 영혼의 울림을 전하는 시와 시인은 찾기 어렵다고 한다. 정말 시와 시인은 죽었는가.

   여기서 경남 김해시 생림면 도요마을에 둥지를 튼 도요출판사가 최근 펴낸 도요문학무크 4집 '우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를 주목하자.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 가장 치열하게 존재와 삶, 사회를 고민하며 몸부림치듯 시를 쓰고 있는 시인 49명의 노래 128편과 산문 8편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예사롭지 않다. 도요창작스튜디오를 함께하는 최영철 시인, 이윤택(연극연출가) 시인, 조명숙 소설가 등이 합심해 펴냈다.

   이 무크집에는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관통하며 지역은 물론 한국 시단 전반에 걸쳐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는 '열린시' 동인 5명과 '지평'의 시인들 6명(조성래 최영철 이월춘 성선경 최원준 동길산), 그리고 지난 4년 동안 '도요 맛있는 책읽기'에 초대된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 38명의 부울경 중견 시인들의 신작시와 대표시가 함께 어울려 꿈틀대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책의 앞부분이다. 20, 30대 시절 암울했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1980년 3월 첫 동인집을 내며 활동을 시작했고, 이제는 60대 안팎의 나이에 이른 강영환 강유정 박태일 엄국현 이윤택 등 5명의 '열린시' 동인들이 펼치는 진솔하면서도 묵직한 대담록이 담겨 있다. 이들 시인의 대담록은 단순한 옛 추억담이나 무용담, 넋두리가 아니었다. 3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시의 생명력과 시인의 자세에 대한 절절한 토로이자 스스로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라는 고백이다. 책의 제목도 바로 이 부분에서 따왔다. 오아시스·백조·피노키오 다방, 무아음악감상실 등 옛 추억 새록한 공간들의 이름도 등장하지만, 결국 이들은 한목소리로 "세상에서 언어와 창조와 예술과 영혼이 사라지지 않는 한 시는 영원할 것"이라고 부르짖는다.

   올해는 1983년부터 90년대 후반까지 지역 시와 대중의 매개체로서 중심적 역할을 했던 '지평'이 탄생한 지 30주년이라는 점에서 지평의 시인들이 쓴 시들을 엄격하게 읽어내는 기쁨도 적지 않다. "우리 오늘도 살아 있다"고 외치는 수많은 지역 시인들의 목소리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학생이 너무도 절망스러운 현실에서 외치는 '제발 안 돼, 제발, 죽지 마!"라는 외침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김수우 시인이 이 책에 실린 작품 '소리를 본다'에서 "…, 더 절망하지 못해 미안해/… /천사처럼 앉아있는 붉은 나팔을 분다/…/천지가 와글와글 쓸쓸하다"라고 한 부분은 이 시대 '살아 있는' 시인들이 내는 절규로 들린다.

   최영철 시인은 "1980·90년대 활발한 교류를 했지만, 최근 10여 년 동안 소원했던 지역 시인들이 다시 긴밀한 유대를 갖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 것도 이번 무크집 발간의 또 다른 의미"라고 말했다.

<위 글은 국제신문 2013년 6월 19일(수)자 21면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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