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규 총장, 일본 통일일보 인터뷰
박재규 총장, 일본 통일일보 인터뷰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04.1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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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5월 한미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남북관계 해빙국면 맞을 것”

   박재규(朴在圭) 경남대 총장은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 사태에 대해 “북한 역시 공단 폐쇄를 원치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박 총장은 “당장은 한반도 긴장상태가 풀리기 어려운 국면”이라면서 “이르면 5월 한미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남북관계가 해빙국면을 맞고 대화의 창도 열릴 것”이라 전망했다. 40여 년간 북한 및 통일 문제에 천착해온 학자인 박 총장은 김대중 정부 때 통일부장관을 역임했다. 대학 산하에 북한전문 연구기관인 극동문제연구소와 북한대학원대학교를 두고 있어 대북정보 및 동향에 밝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서울=이민호]

   - 북한의 대남 위협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최근 들어 ‘실제 전쟁을 할 것’ 같은 위협을 가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위협을 가하는 동인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동인은 강성대국으로서 핵을 보유했다는 것,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북한 권부는 이미 김정일 사망 3년 전에 2012년을 ‘강성대국 입문의 해’로 설정했고, 그건 곧 핵 보유국을 뜻했습니다. 올해 그 내용을 헌법에 명시했고 이는 북한식 유훈통치와도 맥을 같이 합니다.
   두 번째 동인은 미국을 향한 압박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7월과 8월 미국에 대북 적대시 정책의 전환을 요구하며 이에 화답하지 않을 경우 ‘대미 핵전략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핵 보유를 장기화할 수 밖에 없고 미국이 상상할 수 없는 핵무기 강화발전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평화체제 논의에 응하라는 시그널을 보낸다고 할 수 있는 겁니다.
또 한 가지를 꼽자면 김정은이 최고사령관으로서의 군사적인 리더십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정전협정 백지화, 남북 불가침 합의 폐기, 1호 전투근무 태세 발동, 심야 작전회의와 특수부대 방문 등 실제 전쟁을 방불케할 정도로 강하게 나옴으로써,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 하고 있는 겁니다.”

   - 개성공단이 북한의 근로자 전원 철수, 남측의 물자반입 금지 조치로 사실상 잠정 중단됐습니다. 연평도 포격 때에도 돌아갔던 공단을 중단시킨 행동의 배경과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한국을 향한 압박이라고 봅니다. 남측에서 제기된 북한이 남북간 통신을 중단하면서 개성공단 문을 닫지 않고 있는 건 ‘달러박스’를 놓지 않고 싶어서라든가, 개성공단 인질사태가 발생하면 군 특수부대를 보내 구출작전을 벌이겠다는 이야기 등을 구실로 삼은 겁니다. 개성공단이 달러벌이 수단, 북한에게만 이익이 된다는 목소리에 자존심이 상한 것이죠.
   북한 입장에서 개성공단은 김정일이 군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렵사리 문을 연 곳입니다. 남북이 서로 윈윈하고, 향후 평화통일로 가는 디딤돌로 삼자는 대의도 있습니다. 어떻게 남쪽엔 도움되는 게 없고 북 쪽만 이득 본다고 몰아붙이니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공단 중단 조치는 군사적 긴장을 더 올릴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또 하나의 긴장 고조의 수단으로 썼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 개성공단의 장래를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이 참에 폐쇄하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만, 개성공단은 경제적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무형적 가치가 큰 곳입니다. 남북간 평화벨트를 조성해 통일될 때까지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누지 말자는 상징물입니다. 통일부 장관 재임 시 김정일과 개성공단 조성을 놓고 회담을 했을 때, 북한 군부의 반대가 극심했습니다. 당시 제가 군부대로 둘러싸인 38선 지뢰밭을 평화 통일, 남북공존 지대로 만들자고 설득했고 우여곡절 끝에 오케이 사인을 받아냈습니다. 북한의 최전방인 개성에 남북 군사적 대치를 완충하는 쿠션지대가 만들어진 건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가치를 갖습니다. 다행히 우리 정부에서도 북한에 ‘원상복귀하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북한도 ‘남쪽 태도 여하에 따라서’라고 전제를 붙였지만 폐쇄까지 고려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폐쇄수순인데, 그 경우 복원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테고 남북 모두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어요.”

   - 북한은 과거에도 한국 대통령의 취임 초기 대남 강경 드라이브를 걸어왔는데, 이번에는 다른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보십니까?
   “북한은 정권 교체기마다 한국 정부 길들이기 차원에서 대남 강경 언동을 해온 바 있습니다. 하지만 2013년 긴장 고조 행동은 과거와 근본적인 차이를 갖고 있습니다. 대미 핵전략의 변화와 대미 강경구도 하의 연장선상에서 긴장을 높이고 있는 겁니다. 올해 들어서만 3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경제-핵무력 병진노선 채택, 핵 보유법 제정 등 미국과의 대결을 노골화하고 있어요. 대남 위협도 미국을 압박하는 일환입니다. 그 점에서 매우 구조적이고 장기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 북한이 미사일을 탑재하고 주한 외국인 소개령까지 공표할 정도면,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닌가요? 최소한 국지전은 피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많은데, 총장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외국 매스컴들이 한반도에서 전쟁, 군사 도발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과도한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6ㆍ25 때처럼 전쟁을 일으켜서 영토를 점령하겠다고 나서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격입니다. 6ㆍ25 때는 스탈린과 모택동의 동의를 얻었지만 지금은 중국에서 북한에게 자기 집 현관에서 불장난하지 마라고 합니다. 시위성 군사 액션을 할 수는 있어도 전쟁에 버금가는 충돌은 현실적으로 일으키기 힘들다고 봅니다. 탈북자 사이드에서 북한 주민들이 전쟁을 원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제가 파악한 바로는 그건 일부지 다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도리어 전쟁 운운하면 반공화국 사람으로 지목돼 처벌받을 겁니다. 최근 북한이 취해온 일련의 대남 위협 및 긴장고조는 전쟁 준비라기보다는 핵보유국이란 걸 시위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이 내놓은 북한 핵 해법은 간단합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만 포기하면 된다, 그러면 북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건데요. 북한이 그토록 핵 미사일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고 봅니다. 만약 핵 포기 검토를 발표한다면 당장 주민들이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질 겁니다. 핵을 목숨처럼 여기는 유훈인데다, 주민들에게 핵 보유의 당위성으로 남쪽에 의해 흡수되는 걸 막는 방지책이라 설파해 왔기 때문입니다. 김정일은 ‘핵이 없으면 조선이 없다. 철저히 지켜라’고 말하며 핵 보유가 체제 존립의 필수라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핵 보유 정책은 90년 독일 통일 직후에 시작됐다는 점에서 김일성, 김정일을 이어 3대째 내려오는 유훈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식량 에너지 등 경제난이 가중되더라도, 중국이 아무리 압력을 가해도 핵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다만 김정일은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겠다는 확신이 든다면 비핵화를 추진해도 좋다고 했으니, 분명 반전의 구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핵 무기를 보유하는 것도 유훈이라면, 개성공단 유지도 유훈일텐데요. 김정은이 하나는 지키고 하나는 안 지킨다면, 아버지 김정일의 뜻을 거스르고 있는 건 아닙니까?
   “개성공단 조성은 분단 이래 남북한 최고지도자가 처음으로 화해협력을 위한 6ㆍ15 공동선언을 서명하면서 시작된 사업입니다. 김정일이 서명한 것이니 유훈이 맞습니다. 김정은도 김정일의 유훈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화해협력의 진전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강한 대북 압박정책을 편 이명박 정부 임기 중에 김정일의 사망과 권력승계를 받았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 그다지 좋지 않은 평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향후 핵 문제가 진전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김정은도 유훈을 따라 남북 화해협력에 나설 것이라 봅니다. 다만 과거보다는 강하게 한국 정부의 정책 전환을 요구할 공산이 있습니다.”

   - 국내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대응핵을 갖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국내에서 대응핵을 만들자, 그것이 안 되면 미국의 핵우산이라도 쓰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저는 한국이 독자적인 핵 개발을 하겠다고 나서면 득보다 실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야 하고 국제적인 이미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무엇보다 남북한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이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언제든 핵이 터질지 모르는 형세로 바뀌게 됩니다. 독자 핵무장론, 대북 선제타격론, 북한 지도부 제거론 등은 한반도 긴장완화에 도움이 안 될뿐 아니라 현실에서 추진하기도 어렵다고 봅니다. 우리 입장에서 안보에서 취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은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해 북한의 위협을 막는 겁니다.”

   - 한국이 취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입니까?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를 전망하신다면?
   “북핵문제가 악화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수록, 우리 정부가 비핵화방침을 더 고수하고, 북한이 비핵화하도록 계속 설득해야 합니다. 긴장국면을 평화국면으로 전환시키는 전략, 즉 북한이 출구를 찾을 수 있도록 구실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도 당분간은 긴장 상태가 풀리기 어려울 겁니다. 4월에는 김일성 생일이 있고 한미독수리훈련도 있으니 북한의 위협도 이어질 공산이 높습니다.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해빙의 기회를 만들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 때 남북이 대북 인도적인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걸 두고 논의한다면, 자연스레 대화의 문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 박근혜 정부는 행복한 통일시대를 목표로 한 이른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대북정책의 골간으로 제시했습니다. 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현실에서 통할 수 있을까요?
   “박 대통령이 북한이 3차 핵실험과 강 대 강의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음에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포기하지 않고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건 적절한 접근입니다. ‘북한과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고, 인도적 지원은 계속하겠다’(11일 박 대통령 새누리당 의원 만찬회)는 발언도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의 끈을 놓지 않으리라는 긍정적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지금 같은 최고조의 위기상황에 안보태세를 확고히 하면서도 동시에 대화 통로가 열려 있다고 하는 건 의미 깊은 일입니다. 북한도 5월 한미정상회담까지는 숨고르기를 하며 긴장 국면을 유지해가겠지만, 그 이후에는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남북대화에 응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북한 내부의 권력 구도가 바뀌고 있다는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김정은 허수아비설과 장성택 실세론, 김경희 지병설 등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총장님께서는 어떻게 파악하고 계십니까?
   “김정은과 장성택의 관계는 불가분이며 두터운 신뢰 관계라고 듣고 있습니다. 장성택은 과거 2차례 좌천된 적이 있어 권력자에게 오해받을 일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김정일 말기 때보다 자신의 위상이 더 높아졌고 ‘실세중의 실세’가 됐는데 주목받을 일을 할 확률은 적다고 봐야 합니다.
   ‘수령제’라는 북한의 고유한 체제 특성을 감안하면,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권력 갈등이나 내부 엘리트의 동요가 부상될 여건은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최근 동향을 보면 도리어 김정은의 리더십이 더 강화되는 형국입니다. 김정은이 직접 작년 12월 미사일발사 이후 3차 핵실험, 최근의 대미 강경, 대남 긴장 국면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군부 엘리트들을 장악하고, 나아가 주민에게 군사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려는 것으로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글은 일본 통일일보 2013년 4월 17일자 3면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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