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시론] 양무진 교수
[경향신문 시론] 양무진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04.0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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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북한은 신뢰 프로세스의 마중물 ‘개성’을 흔들지 마라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사업인 개성공단사업을 중단시켜서는 안된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북한의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북한군의 요충지인 개성을 남북평화의 요충지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북한 군부를 설득했고, 2003년 마침내 개성공단이 착공됐다.

  개성공단사업은 남북한 윈윈 사업이다. 20만명에 달하는 북측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의 생계수단이다. 본사와 연계된 10만명에 달하는 우리 측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의 생계수단이다. 개성공단은 착공 후 84만명의 인원과 52만대의 차량, 78억달러 상당의 물자가 오고 갔다. 남북 간 긴장을 완화시켜준 평화공단임을 보여준다. 개성공단은 우리 측의 기술과 자본, 북측의 노동력과 토지가 결합된 민족협력사업이다. 우리 측은 9억달러 정도를 투자했고, 북측은 3단계까지 2000만평의 토지를 제공했다. 개성공단이 남북의 공동자산임을 보여준다.

  최근 북한은 연일 개성공단을 압박하고 있다. 개성공단사업을 군사적으로 보장하는 통신선을 차단했다. 개성공업지구 총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존엄을 훼손하려 든다면 공업지구를 폐쇄·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측 기업인들과 물자의 개성공단 반입을 막고, 마침내는 북측 근로자들의 철수까지 운운하고 있다. 개성공단관리위원회가 철수하고, 원자재가 들어가지 못하면 공단은 일시정지될 수밖에 없다. 정지상태가 길어지면 개성공업지구법이 개정되고 재산의 동결·몰수 조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심히 걱정스럽다.

  북한은 개성공단 압박의 원인을 우리 측 언론보도에 돌리고 있다. 한마디로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사업은 김 국방위원장의 유훈사업으로서 남북한 평화사업인데, 우리 측 일부 언론이 단순한 ‘외화벌이 사업’으로 폄훼했다는 것이다. 우리 측 언론의 자극적이고 불균형적인 보도가 잘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북한이 언제부터 우리 측 언론보도에 따라 정책을 펼쳤는가. 지금 중요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고 핵선제 타격, 제2의 조선전쟁 등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상황에서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외교부·통일부 업무보고에서도 개성공단은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며 국제적인 공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특히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을 신뢰 프로세스의 ‘마중물’로 여기며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더 이상 박근혜 정부의 의지를 시험해서는 안된다. 통일부를 중심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이행되도록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주면서 기다려주는 자세도 필요하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의 문제이면서 국제적인 성격을 지닌다. 5월 초 한·미 정상회담과 5월 말 한·중 정상회담이 끝나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듯하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설명회’를 매개로 남북이 만난다면, 관계 복원도 그리 먼 일은 아닐 것이다.

  개성공단은 향후 남북관계가 복원되고 정상화되기 위해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는 최후의 보루이다. 북한이 남북관계의 모든 것을 끊어버리고 더 이상 우리와 상종하지 않겠다면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그러나 지금 벌이는 모든 것이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리고 언젠가 대화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면, 이제 위기 고조의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평화협력 사업을 되새기면서 제2, 제3의 개성공단 건설을 이끈다면, 그 역사적인 평가는 빛날 것이다.

- 위 글은 경향신문 2013년 4월 5일(금)자 31면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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