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세 만학도, 우수한 성적으로 인문학부 조기졸업
56세 만학도, 우수한 성적으로 인문학부 조기졸업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1.08.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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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평균 4.439(4.5 만점), 결석 없이 앞자리에 앉은 게 비결

   56세 만학도가 학부 졸업생 가운데 제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화제다. 그것도 젊고 감각 있는 20대 학생들도 하기 힘들다는 조기졸업으로 말이다. 경남대학교 인문학부를 졸업하는 이영옥(역사학전공) 씨가 그 주인공.

이영옥 씨는 지난 2008년 3월 경남대 인문학부에 입학해 정확히 7개 학기만에 4.5점 만점에 평점평균 4.439를 얻어 오는 8월 19일(금) 조기졸업을 하게 된다. 그녀의 성적표에는 7개 학기 동안 수강한 51개 과목의 성적이 표기되어 있는데, B와 C는 아예 찾아 볼 수 없고 오로지 A+ 또는 A로만 채워져 있다. 51개 과목 중 A+만 45개로 전체의 약 90%를 차지한다.

“늦은 나이에 젊은 학생들과 공부를 하려니 힘든 점이 하나둘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외우기가 안됐습니다. 영어 한 문장 외우는데 300번을 쓴 적이 있을 정도이며, 젊은이한테 뒤지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했어요.”

사실 이 씨는 매일 아침 7시에 등교를 하여 저녁 7~8시 하교할 때까지 인문관 4층 독서실에서 학과 공부에 매달렸다고 한다. 수업시간에는 항상 두 번째 자리에 앉았으며, 지각은 물론 결석조차 없었다고 한다. 수업이 없을 때는 어김 없이 독서실에 앉아 예습 복습을 했으며, 저녁에 하교하는 버스 안에서도 영어 문장을 외우다가 내릴 곳을 지나치기가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이런 노력 끝에 이 씨는 대학 내내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았으며, 2학년 때는 정부에서 지급하는 국가세계로장학 대상자로 선발돼 등록금 전액을 수혜하기도 했다.

“저는 초등학교 밖에 안 나왔습니다. 가난한 집안의 3남 3녀 중 둘째로 태어나서 차마 부모님께 계속 공부를 하겠다고 말을 할 수가 없어 직장을 다닐 수 밖에 없었어요. 이후 배움, 학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항상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지는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이 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약 35년 동안 아무런 배움이 없었다. 청소년 시절 중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무척이나 부러웠으나 부모님이 마음 아플까봐 내색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결혼 후 가업을 이어받아 열심히 일하며 지냈지만 가슴 한 켠에는 배움에 대한 허기가 항상 남아 있었다.

지천명으로 접어 든 이 씨는 자신을 되돌아 볼 기회가 생겼고, 여러 번의 망설임 끝에 검정고시 학원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밤에는 학원에서 공부를 하는 그야말로 주경야독의 생활을 한 지 1년. 드디어 중학교 및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차례대로 통과하게 되었다. 그해 2007년 말에는 대학 수능시험까지 치르게 되었고, 이듬해 경남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대학시절 동안 역사학전공 외에도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나눠주기 위해 사회복지학 복수전공을 이수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행하는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다. 이러한 결심을 실천하듯 이 씨는 매주 주말이면 마산 인곡에 있는 기쁨요양원을 방문해 지난해 초부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도 나이 많으신 분들이 공부를 할까 망설일 것인데, 공부는 절대 늦은 것이 없습니다. 공부를 해서 좋은 직장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운 눈으로 보는 세상의 아름다움은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집니다.”

이 씨는 오는 9월부터 경남대 대학원 역사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대학원 입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리엔테이션도 마친 상태다. 이와 함께 내년에 있는 사회복지사 1급 정교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도 병행할 계획이다. 그녀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끝이 없는가 보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임하는 그녀의 열정이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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