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참패와 북핵 문제
부시의 참패와 북핵 문제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6.11.2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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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미국의 중간선거가 전 세계인의 관심 속에서 막을 내렸다. 결과는 민주당의 대승이었다. 민주당은 상원 총 100석 중 51석(민주당 성향 무소속 2석 포함), 하원 총 435석 중 232석 등 상원과 하원 모두 과반수 이상을 확보하였다. 의회에서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시대가 열렸다. 지난 6여 년 동안 지속되어 온 부시대통령과 공화당의 '일방주의'에 제동을 예고하고 있다.

한반도에서의 가장 큰 현안은 북핵문제이다. 미국 민주당은 북핵문제 해법으로 북미 양자대화를 강조해 왔다. 대화에서도 '당근'과 '채찍'을 함께 제시하는 포괄적 접근을 선호해 왔다. 부시행정부는 다자회담을 강조하면서 '제재'와 '압박'을 우선시하는 일방주의적 접근을 해 왔다. 대화형식과 수단에 있어 민주당과 부시행정부의 충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 의회는 지난 9월 '국방수권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당시 소수당인 민주당이 제안한 것이다. 법안의 통과는 리처드 루가 상원 외교위원장, 존 워너 상원 군사위원장, 짐 리치 하원 아태소위원장 등 공화당 중진의원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법안 내용은 북핵문제 등 대북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고위직의 대북정책조정관을 12월 중순까지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임명된 정책조정관은 6개월 이내 의회에 대북정책 종합보고서를 제출하여야만 한다. 부시 대통령이 누구를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하고, 정책조정관에 의해 작성된 종합보고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북핵정책의 향방을 가름할 수 있다.

행정부를 장악한 공화당과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구도하에서, 북핵문제를 둘러싼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 전망은 대략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변화론'이다. 선거에 패배한 공화당과 부시행정부는 이라크 전쟁 등에 대한 여론 악화의 대처 차원에서 대외정책 조정이 불가피하다. 부시행정부의 대북대화부재도 민주당의 승리에 일정 기여하였다. 행정부 및 의회의 외교안보분야의 인적 교체도 불가피하다. 대북 강경파인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이미 경질 되었다. 또 한사람의 강경파인 볼튼 유엔대사의 상원 인준 가능성도 희박하다. 대북문제를 다룰 상·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이 민주당 인사로 교체될 수밖에 없다.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으로 유력시되는 민주당의 렌토스 의원은 북미 양자대화파이다. 전반적인 대외정책 조정과정에서 대북접근이 유연해질 수밖에 없다. 대북 강경파의 목소리가 낮아지고 협상파의 입지가 확대될 수 있는 분위기이다. 민주당은 빈번한 청문회 개최 등으로 공화당과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 실패 여론을 확산시킬 것이다. 부시행정부의 정책실패 쟁점화는 2008년 미 대선의 쟁점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의 대북정책조정관의 임명 요구는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 성과(북한의 핵동결과 핵보유 저지)를 부각시키고 공화당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려는 포석이다. 이처럼 승리한 민주당은 부시의 대북강경책에 대한 비판과 북미 양자대화의 권유 등으로 공화당을 한층더 거세게 몰아붙일 것이다. 부시행정부와 공화당의 대북정책이 변화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둘째, '불변론'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행정부의 고유권한으로서 의회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중간선거는 이라크 등 반테러정책 실패에 대한 심판이지 북한과 이란 등 비확산정책에 대한 심판이 아니다. 민주당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북한문제 보다는 다수 유권자의 관심사항인 이라크 문제에 집중할 것이다. 체니 부통령과 조세프 군축차관 등 강경파의 지위가 건재하다. 종교적 신념과 이념에 토대한 부시대통령의 대북인식 변화 가능성은 매우 낮다. 민주당은 북한문제의 한 부분인 인권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다. 민주당도 6자회담 자체를 없애려는 것이 아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국 불인정도 공화당의 입장과 같다. 민주당의 대북정책 비판은 선거용이다. 민주당 주도로 새로운 대북정책을 추진할 경우 정책결실을 거둬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 대북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고 현실적으로 전략적 유연성을 보일 가능성만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같은 대북정책 변화의 억제요인들은 부시행정부의 기본적인 대북 강경정책의 불변을 뒷받침하고 있다.

셋째, '교착론'이다.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이라크 전쟁 등 지난 6여년 동안의 대외정책 전반에 대해 조사와 청문회 개최로 부시 행정부를 압박할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지지도 하락과 레임덕 현상으로 국정장악력이 떨어질 것이다. 자연히 한반도 관련 현안들이 국정의 우선순위에서 멀어질 것이다. 이럴 경우 북핵문제는 진전없이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 가지 전망을 종합해 볼 때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당장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6자회담 틀 내에서 북미 양자회담, 북경이나 뉴욕에서 비공식 북미접촉 확대, 중국이나 한국을 매개로 한 양자대화 등 부분적인 변화가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정치는 여론의 정치이다. 여론은 선거를 통해서 집약된다. 그래서 미국정치에서 여론과 선거는 절대적이다. 의회지도자와 정치지도자들은 여론을 존중하고 선거결과에 승복한다. 여론은 민의이고 선거는 제도이다. 이들을 존중하지 않으면 민주주의의 적으로서 언론도 국민도 좌시하지 않는다. 선거에서 패배한 부시행정부의 일방주의가 변하지 않을 수 없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의회의 뜻을 존중하는 부시행정부의 긍정적인 대북정책 변화를 기대해 본다.

지난 10월 9일 북한 핵실험 이후 한반도에 두개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하나는 유엔을 중심으로 한 대북제재의 흐름이고, 또 하나는 6자회담 재개 등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의 모색이다. 전자는 대북 강압정책의 연장선이고, 후자는 대북 포용정책의 지속성이다. 강압과 포용의 양립은 쉽지 않다. 제재는 북한에서 반 김정일 세력이 존재하고, 제재를 가함으로써 반 김정일 세력에게 도움이 되어야 실효성이 있다. 그러나 북한에는 반 김정일 세력이 하나의 대응세력으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제재는 오히려 김정일의 내부결속용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다. 포용은 국내외의 지지가 있어야만 강력히 추진할 수 있다. 포용은 '말'이 아닌 인내이고 '통합'을 위한 정치행위이다. 대북포용에 대해 미국과 한국의 통치자는 말이 많았고, 양국의 국민들은 인내가 부족했다. 부시의 대북 강경정책은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실패하였음이 입증되었다. 한국의 포용정책은 국민의 정부에 이어 참여정부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작금에는 내부로부터 거센 비난에 직면해 있다. 포용에 대한 피로감인지, 인내심의 부족인지, 그것도 아니면 냉전의식이 소생하는 것인지 아이러니하다.



지난 10월 31일 북경에서 중국의 중재에 의해 북미 양자대화에서 6자회담 조기 개최를 합의하였다. 삼주일째 흘러가는데 회담 일자도 잡지 못하고 있다. 6자회담이 개최되어도 순탄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희망을 버리기에는 이르다. 6자회담 관련국들은 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6자회담 조기 개최 합의에 대해 미국이 진정 '중간선거용'이 아니라면, 그리고 북한이 진정 유엔 제재를 피하기 위한 '시간벌기용'이 아니라면 양국은 먼저 선호하는 개최일자를 밝혀야 한다. 조속한 개최도 중요하지만 개최될 회담에서의 성과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북한이 6자회담에서 성의있는 태도를 보일 경우 미국의 부시행정부도 조기에 성과를 내기 위해 '보상' 등에 적극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중간선거 결과를 부시행정부에 대한 압박기회라고 판단하고, 6자회담에 형식적으로 임하면서 양자대화만을 고집할 경우 미국의 대북정책은 더욱 강경해 질 수도 있다. 북한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를 자극하여 이들에게 대북불신을 심화시키는 행위를 자제해야만 한다.

6자회담의 조기 개최 합의와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로 북핵문제 해결구도가 제재 일변도에서 '압박'과 '협상'의 투트렉(Two-Tracks)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협상국면에서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국제환경을 남북관계 복원의 계기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 북핵문제 대두후 한국은 제한된 입지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 왔다. '창조적 모호성' 등 수많은 '아젠다'를 개발하여 대북, 대미설득을 통한 9·19 북핵공동성명 도출에 기여한 바 있다. 또한 최근 6자회담 조기 개최 합의의 기본 틀로 제공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도 우리의 안이다. 철저한 대비와 지혜를 모은다면 우리의 좁은 입지와 한계는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

양무진 교수(북한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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