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떠나는 졸업생에게
학교를 떠나는 졸업생에게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6.02.2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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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을 갖고 긴 호흡으로 인생을 살아가라
졸업을 축하한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것이 졸업하는 학생에게 교수가 해야 할 말이다. 그러나 선뜻 그 말이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축하할 자격이 있는 스승인가? 아니 학생들이 나에게 스승이라는 역할을 기대하였는가? 내 스스로 스승이라고 생각하고 학생들을 대한 일이 있는가? 내 스스로도 자격지심이 많이 들고, 부족했던 것 같고, 그리고 자신있게 축하한다는 말도 제대로 못 해주는 심정을 학생들도 어느 정도 짐작할 것이다.

아무튼 학생들은 경남대학교 캠퍼스에서 4년을 보내고, 이제 사회에 대학 졸업생이라는 학력 자격증을 갖고 떠나게 되었다. 월영지 연못, 인문관 뒤의 숲속 길, 항상 같이 붙어 다니던 친구들, 알아 들을 수 없는 강의를 견디어 낸 것, 복도를 서성거리며 답을 외우고 읊조리던 기억, 아무튼 이제는 이런 일에서 벗어난 세상으로 들어간다. 아마도 한편으로는 성적 걱정없는 세상으로 들어간다는 안도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취업 경쟁, 시험,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대학의 성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준비를 해야 하고, 그것도 이제는 스스로 준비해야 하고, 아무도 날 도와주는 이는 없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지도 모르는 막막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그런 세상에 들어가는 것이다.

여기에서 교수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교수로서라기보다는 그저 한 개인이 살아오면서 체득한 삶의 방식을 얘기해 주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그렇다고 나의 삶을 따라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것일 것이다.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고, 그러나 생활은 낙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세상이 나에게 즐거움을 주기보다는 슬픔, 분노, 좌절, 배신, 고독감을 준 것이 더 많았다고 느낀다. 그렇다고 내가 세상이 주는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여 순응하기 보다는 세상을 보다 긍정적으로 지내려고 노력하였다. 조그마한 즐거움과 기쁨, 작은 친절, 뜻밖의 행운들을 소중히 여기고 생활을 다양하게 인정하고, 믿고 살아간다. 어찌보면 역설적인 것 같지만, 비관은 낙관을 낳는다. 불신은 믿음에 대한 희열을 느끼게 한다. 사랑에 실패를 계속한 사람은 사랑의 소중함을 간직하게 된다.

대학생활은 인생의 시기 중에서 자기의 길을 모색하고, 스스로 반성하고, 세속의 압력없이 머릿속에서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보고,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그런 시기였다. 이제 대학을 졸업하면 주어진 역할을 감당해야 하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세속의 압력에 어느 정도 맞추어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 된다. 여기에 우리 졸업생들이 현명하게 조화롭게 대처하라고 말하고 싶다. 열정을 갖고, 계획적으로, 성실하게, 그리고 긴 호흡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 아마도 그러면 후회없는 인생이 될 것이다.

이은진 교수(심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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