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동용궁사를 다녀와서
부산 해동용궁사를 다녀와서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6.01.0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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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맞닿은 곳, 해가 제일 먼저 뜨는 절


새해가 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일출을 보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한해를 다시 시작하는 일이다. 1월 1일이 되면 가족들이나 연인들끼리 일출을 보기 위해 떠난다. 우리나라에서 해가 제일 먼저 뜨는 곳이 독도라면 우리나라에서 해가 제일 먼저 뜨는 절은 '해동용궁사'이다. 동해바다를 끼고 있는 덕분이다. 파도가 철썩이는 바다 끝에서 파도가 손에 닿을 만한 이곳은 절이라는 느낌보다는 좀더 매력적인 곳이다. 절을 찾는 신도들보다는 관광객이 더 많은 곳이라고 하니 말이다.

매년 새해가 되면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는다고 한다. 그만큼의 매력이 있는 한번쯤은 가볼 만한 곳인 듯하다. 일단 해동용궁사에 가기 위해서 부산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야 한다. 사상터미널에서 해운대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181번 버스를 타고 해동용궁사 입구에 내리거나 택시를 타고 해동용궁사까지 들어간다. 해운대에서 해동용궁사까지 택시요금은 6000원 정도이다.

해동용궁사는 고려시대 1376년에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懶翁) 혜근(惠勤)이 창건하였다. 혜근이 경주 분황사에서 수도할 때 나라에 큰 가뭄이 들어 인심이 흉흉하였는데, 하루는 꿈에 용왕이 나타나 봉래산 끝자락에 절을 짓고 기도하면 가뭄이나 바람으로 근심하는 일이 없고 나라가 태평할 것이라 했다. 그래서 그곳에 절을 짓고 산 이름을 봉래산, 절 이름을 보문사라 했다.

그 후 임진왜란의 병화로 소실되었다가 1930년대 초 통도사의 운강(雲崗)이 중창하였다. 1974년 정암(晸菴)이 부임하여 관음도량으로 복원할 것을 발원하고 백일기도를 했는데, 꿈에서 흰옷을 입은 관세음보살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것을 보았다 하여 절 이름을 해동용궁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해동용궁사로 들어가다 보면 왼쪽에 십이지신상이 쭉 서 있다.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던 것들이다. 십이지신상을 지나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탑도 있다. '교통안전기원탑'이다. 5층 석탑으로 되어 있는 이 탑은 시방삼세(十方三世)제불보살님과 호법성중님께서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세웠고 매년 안전운행대제를 올리고 교통사고로 죽은 이들을 위한 왕생극락 발원제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이 석탑은 우리나라에서 단 하나뿐인 교통안전기원탑이라고 한다. 아마 세계에서도 단 하나뿐인 석탑이 아닐까 생각한다.

해동용궁사는 '진심으로 기도하면 누구나 한 가지 소원을 꼭 이루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부산에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일단 소원성취의 여부를 떠나서 주변 풍경 그리고 인근의 기장 해변과 송정, 해운대로 이어지는 관광코스의 중심에 자리 잡은 위치 덕분에 꼭 한번쯤은 찾아가보는 곳이기도 한 것 같다.

해동용궁사 백팔계단 입구에는 포대화상(布袋和尙)이라는 것이 있는데 코와 배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소문 때문에 득남불이라 불린다. 그래서 지금 포대화상의 배와 코에는 손때가 가득 묻어 있다. 아직도 입구라면 입구다. 포대화상을 지나 내려가면 백팔계단이 있다. 이 계단을 한번 왔다 가면 108세까지 산다고 해서 장수계단이라고도 한다고 한다. 백팔계단의 중간쯤에는 '학업성취불'이라는 것도 있다. 이래서 절이라는 느낌이 덜 할지도 모른다.

백팔계단을 중간쯤 내려가면 용궁사로 가는 길과 해변 쪽으로 가는 길 두 갈래가 있다. 여기서 해변쪽으로 내려가면 방생터와 해맞이 바위가 있다. 거기서 맨 끝 쪽에 위치한 바위가 해맞이 바위이다. 해맞이 바위는 해동용궁사에서 해가 제일 먼저 뜨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갈림길에서 밑으로 내려가면 '불이문(不二門)'이라는 것이 있다. 불이문을 지나면 이제 진짜 해동용궁사다. 불이문을 들어서면서 작은 다리 하나를 건너야 하는데 다리 밑으로는 파도가 부서지는 것이 바로 보인다. 낮에 가면 눈으로 보는 바다가 좋고 밤에 가면 귀로 소리로 바다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파도와 같이 구르는 자갈소리가 진정 바다 끝에 있는 절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이곳은 저녁 6시 이후에는 절 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지만 밤바다와 절의 어우러짐을 느끼고 돌아올 수는 있다.

사람이 많을 때보다는 한가할 때 가면 좋은 곳이다. 파도소리가 마음을 움직이는 곳이다. 2005년 안 좋았던 일이 있었다면 파도에 밀어 보내고 올 한해 새로운 마음을 받아올 수 있기를 기도한다.

<경남대학보사 하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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