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신입생의 첫 번째 과제
대학 신입생의 첫 번째 과제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5.11.2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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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합격생 여러분, 입학을 축하합니다!

이렇게만 인사를 마친다면 특별할 것이 전혀 없다. 그러나, 나는 대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일을 계속 해온 상담 교수로서 여기에 한 두 마디 덧붙여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입학을 축하합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고생문이 훤하니 조심하십시오!

대학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무슨 악담이냐고 하겠지만, 사실이 그런 것을 어쩌랴? 대학은 결코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이 아니다. 입학 후 한 달이면 벌써 많은 신입생들이 줄지어 상담실 문을 두드리고, 한 학기도 가기 전에 적지 않은 학생들이 휴학을 하고 있는 현실이 내 말을 증명하고 있다.

나의 상담 경험에 의하면, 비실비실, 어영부영하는 학생들보다도 오히려 나름대로 야무진 꿈을 갖고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이 더 일찍, 더 심한 좌절을 겪는 것 같다. 꿈과 기대가 클수록 좌절과 실망도 크다는 통속적 진리가 이 경우에도 정확히 들어맞기 때문이다.

신입생들이 꾸고 있는 야무진 꿈은 어떤 것일까? 이제 중·고등학교 시절의 암흑기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었으니, 동성 친구도 많이 사귀어야지, 이성 친구도 한 두 명쯤은 있어야겠지, 학과 공부는 물론 그 동안 시간이 없어서 읽지 못했던 책도 맘껏 읽어야지, 외국어 회화도 몇 개쯤은 할 수 있으면 좋겠지, 악기와 운동도 특기로 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겠지, 그러려면 동아리에도 한 두 군데 드는 것이 좋겠지, 영화도 자주 보러 다녀야지, 또 가끔은 여행도 가야지... 이들의 꿈은 끝도 한도 없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억눌려 있던 모든 욕망이 일시에 머리를 쳐들며 외쳐대니 그럴 수밖에 없다.

단언컨대,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낼 수 있는 분은 전지전능하신 신밖에 없다. 따라서, 여러분이 만약 신이 아니라면 신입생들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데 실패하리라. 내 말이 틀린다면 내 손에 장을 지져도 좋다.

대학교는 여러분이 지금까지 몸담고 있던 중·고등학교와는 많이 다르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진학했을 때도,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도 처음에는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하물며 전혀 생소한 곳인 대학에 이제 막 들어온 신입생들에게 어찌 곤란이 없으랴? 어느 조직이나 집단이든 처음 들어갔을 때는 일단은 그곳이 어떤 곳인지 살며시 눈치나 살피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앞에 나서서 북 치고 장구 치다가는 십중팔구 곧 후회하게 된다.

그렇다면 신입생들은 대학에서 무엇부터 먼저 해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입학할 때 품고 들어온 야무진 꿈일랑 잠시 가슴에 담아두고 우선 당장은 선배님과 교수님들께서 어떻게 대학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관찰하면서 도움이 될만한 행동이나 요령이 있으면 슬쩍 흉내내 보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리라.

김원중 교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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