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위기, 국가의 또 다른 위기
이공계 위기, 국가의 또 다른 위기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4.02.0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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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불륜'이라는 유행어를 낳은 화제의 드라마였던 <애인>을 우리들은 잘 기억하고 있다. 극중에서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건축설계사로서 대학입시에 건축공학과가 대단한 인기를 끄는데 일조를 하여 지원자가 몰리는 시너지효과를 보기도 했다. 이공계 대학을 졸업하면 이러한 멋있는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이공계를 살릴 수 있다는 고육지책을 어떤 패널이 이공계 살리기의 묘안으로 제시한 심포지움이 있었다.
"이공계를 살리자" 전국 이공계 대학들이 "이공계 살리기"에 한 목소리를 냈다. 전국 자연과학대학, 공과대학, 농과대학, 기초과학연구소 등 대학장, 연구소장 150여 명은 지난 11월 20일 서울 서초구 팔레스호텔에서 "이공계 살리기" 정책 심포지움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박호군 과학기술부장관, 여야 4당 정책위 의장,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좌관, 국가과학기술회의 수석간사 등 과학기술정책 관련 인사들과 KIST원장, 삼성종합기술원 원장 등 정부-민간 연구소에서도 참석했다. 이공계 대학 학장, 기초과학연구소장들과 정책관련자들이 대거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뜨거운 열기 속에서 다각도로 제시된 이공계 기피의 실태와 이의 대책방안을 살펴보자.
200개가 넘는 전국 이공계 대학의 학장들이 최근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국 이공계 대학장 협의회>를 구성, 직접 정부와 사회에 이공계 위기에 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이면에는 이공계의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상황으로서 청소년은 이공계 대학을 기피하고 대학은 물론 대학원까지도 정원을 채우기 힘든 상황이며, 최근 서울공대가 숙대 약대 보다 수능성적이 낮고 연대공대가 동덕여대 약대보다 커트라인이 낮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모 치대교수는 손재주가 좋은 학생들이 필요한데 머리 좋은 학생들만 몰려와서 손재주 있는 학생을 뽑을 수 없다고 말한다. IMF를 맞아 연구소 연구원부터 대규모 감원을 한 산업체부설연구소는 이공계 기피증의 원인을 제공하였고, 연구개발능력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분명한 것은 세계 일류국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튼튼한 과학기술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이공계 위기'는 곧 '우리나라의 또 다른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이공계 기피증을 정책적으로 치료해야 할 정,관계의 이공계 출신 분포는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중요정책결정에 영향력이 큰 1급 공무원 59명 중 이공계 전공자는 2명에 불과하고 2급 공무원 역시 이공계는 그 비율이 12.3% 밖에 안되는 구조적 불균형 상태에 빠져있다. 국회는 의원 273명 중 이공계 출신 국회의원이 7.0%인 18명으로 의사, 치과의사 등을 제외하면 손꼽을 정도이다. 대선에 출마한 적이 있는 이상희의원은 국정을 반영하는 국회에서 이공계 육성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그동안 논의된 사항들을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청와대부터 이공계 출신 할당제를 도입하고, 군복무 대신 연구실서 연구를 인정하는 대체 근무제, 연구 개발에 대한 과감한 보상제도 등을 법제화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계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심지어 "이공계 당을 만들어야 이공계가 산다"라고 주장하였다.
달걀을 가슴에 품고 몇날 며칠을 짚단 위에서 쭈구린 채 잠든 발명왕 에디슨의 호기심에서, 라이트형제가 하늘을 날기까지 얼마나 많이 지상에 곤두박질치며 좌절했을까를 한번 상상해 보라. 에디슨이 발명한 전기와 라이트형제의 모험과 좌절이 없었다면 20세기 들어서 이룩한 놀라운 문명시대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획기적인 과학기술의 진보를 가져온 발명이 있기까지에는 언제나 그런 작업을 이해하고 밀어준 사회적인 뒷받침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는 매년 7월 14일 혁명기념일에 파리 시내 개선문을 지나는 군사 퍼레이드에 정규 사관생도가 아닌 기술대학 학생들을 선두에 내 세우는 전통을 고수한다고 한다. 나폴레옹 황제 시대부터 가져온 이공계 우대 정신이 국가적 전통으로 계승되었기 때문이고, 포병장교였던 나폴레옹이 기술계 장교를 중시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렇게 양산된 엘리트 과학기술인들이 핵 관련 기술과 항공우주산업은 물론 엑소세 미사일과 라팔 전투기로 대표되는 첨단 방위산업, 영,불 합작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와 초고속열차인 테제베(TGV) 등을 개발해 내었다. 과학기술인들에 대한 투자야말로 부국강병 정책의 핵심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중국의 경우는 더욱 노골적이다. 13억 중국의 최고 지도자 후진타오 주석과 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이 이공계 출신으로 이공계 출신들이 가히 국가 자체를 경영하고 있다는 표현을 해야할 정도로 권력구조가 이공계 주도로 짜여있다. 이처럼 과학기술인 우대 정책을 국가적 목표로 밀고 나간 결실이 미, 러에 이은 세계 3번째 유인우주선 발사를 가능케 한 저력이 되었던 것이다.
과학기술인 우대정책을 펴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이공계 기피증이 심각한 시점에서 정부를 포함한 각계 각층이 이공계 위기 극복과 과학자 사기 진작책 마련을 위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에 기초과학을 담당하고 있는 과학자의 한사람으로서 크게 기대하며,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첫째, 근래의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패배의식을 갖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이공계 기피'라는 말 대신 '이공계 우수인재 확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 미국은 소련의 스푸트니크 위성발사를 계기로 대대적인 과학교육 개편 및 확고한 연구목표 설정과 과감한 투자에 힘입어 지난 60년대 이후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강국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공계 문제는 정부나 언론이 나서서 "이공계 가라"고 부추긴다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시장논리를 따를 수밖에 없는데 변호사, 의사로 우수인력이 몰리는 것에 대해 경제적인 안정 심리나 정원억제를 통한 특권화 되는 경향도 크다고 지적하고 싶다. 그러므로 청소년들에게 과학기술자의 정형화된 융통성 없는 이미지를 변환시켜 과학은 전 세계 공통어로서 자신이 국제화 될 수 있는 분야라는 이미지 제고가 필요하다. 청소년들에게 과학자들이 연구실에서 현미경만 바라보는 모습이 아닌 외국도 자주 나가며, 즐기면서 연구하는 멋있는 과학자의 모습을 부각시킨다면 어렵고 재미없는 일을 극도로 기피하는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 수 있지 안을까 한다.
둘째, 이공계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여야 한다.
선진국의 최소조건을 살펴보면, 국가가 과학기술인을 정책적으로 우대하고, 제조업을 하는 기업인이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고, 엔지니어가 더 나은 수입을 보장받아서 이공계가 긍지를 갖는 사회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공계에 대한 우대는커녕 소외현상이 전 분야에 걸쳐 심각하게 뿌리박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비정상적인 교육풍조가 바로 잡히고 과학기술영재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들의 애국심과 사명감에 국가가 불을 지필 때라고 생각한다.
범부처적이며 종합적인 계획이 마련되면 이를 중장기로 구분해 꾸준히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각종 과학시책이 한번 수립되면 수십년간 꾸준히 시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런 계획의 수립 및 연구집행에 있어 과학자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맡겨 평생을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준 결과로 기술분야는 물론 기초학문 분야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도록 하자.
셋째, 대학이 산업과 구체적으로 연계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
이공계 문제는 선진국의 경우 GDP 2만불 정도에서 생겼지만 우리는 6천불 때부터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 아니라 미래 진행형이라는데 그 심각성이 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산업과 구체적으로 연계하는 방안이 논의 되야 하며, 정부는 2010년까지 5조원을 들여 차세대 성장동력을 개발한다고 하는데 여기에 대학이 많은 부분을 참여할 수 있으리라 본다. 또 대학의 연구결과가 산업화와 연결되도록 기술이전센터, 지역공동연구센터 등을 만들어 산업화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과 연구소와 대학이 다양한 인재를 받아들여 인력의 유동화가 일어나도록 해야한다. 나아가 사회전체로 과학을 이해하는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도록 과학문화재단 등이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이어주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양성에 대학과 산업이 앞장서야 한다.
이공계 육성에는 이공계에만 유독 많은 특혜를 주자는 게 아니다. 다만 가장 우수한 인력들이 이공계로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인들도 스스로 자긍심을 되찾아 가려는 내부적인 열정과 적극적으로 정부와 사회에 의견을 개진하는 노력을 보여줘야 함은 당연하다. 지금 이공계 학생들에게는 긍지를 회복시켜 줄 계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 발전단계에 따른 자연적 '치유' 아닌 정부 정책과 이공계 자체의 노력을 통한 외부의 '처방'이 현실적 답안이 될 것이다. 이 같은 처방을 주장하는 대학 교수들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기를, 교수들이 제발 머리띠를 두르고 혹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지긋지긋했던 가난을 60년대부터 우리의 노동력으로 극복했고 그 후 모방과 개량을 통해 중진국으로 발돋움했다. 21세기에 선진국이 되기 위해 갖춰야할 독창적 과학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인 지금 이공계 위기를 활용해 이공계 대약진의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역사적 소명이며, "나는 이공계지만 내 자식은 절대로 이공계 안 보내겠다!"라는 어느 아버지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니 꼭 가슴 아프게 새겨들어야 한다.
김 영 국 (기초과학연구소 소장, 응용수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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