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행] 마산아트센터를 찾아서
[문화기행] 마산아트센터를 찾아서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5.09.14 1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들의 웃음이 묻어나던 시골 학교터가
향기로운 문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



마산아트센터(경남 마산시 진전면 양촌리 390 ☏ 055-271-5150, 5160)는 마산의 중심 쪽이 아닌 한적한 시골 마을 속에 있다. 아마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만약 이곳을 몰랐던 사람이라면 무심코 지나가버릴 만도 하다. 하지만 차창 밖을 여기저기 보면서 가는 사람이라면 황금색 동상과 입간판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골 마을에 왜 저런 동상이 있을까?'하는 생각도 하게 될 것이다. 좀더 관심 있게 보면 '마산아트센터'라고 쓰여있는 간판도 눈에 들어온다. 몇 번을 지나가면서 본 곳인데 이제야 찾아가 보게 되었다.

미술관이나 음악관 같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그런 곳에만 있는 줄 알았다. 그리고 큰 도시에만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여기 와서 한적한 곳의 아트센터가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았다.

마산아트센터로 가는 길은 여행가는 기분이다. 나무도 많고 산도 많이 보인다. 그리고 차가 많이 다니지 않고 빽빽한 건물이 없는 곳이다. 남마산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진주행 버스로 30분 정도 걸리는 곳인데 그 주위에는 즐길 곳도 많다. 조금 더 가면 있는 반성 수목원, 온천 그리고 적석산도 있다.

버스에서 내려 아트센터로 들어가는 약간의 경사진 길 위로 폐교가 눈에 들어왔다. 버스에서만 봤던 그 황금색 동상을 보고 언덕을 올라갔다. 새로운 곳을 찾아간다는 그 설레임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다. 항상 학교에서 느꼈던 느낌과는 다르다.

교문을 들어선 나를 보고 낯선 느낌을 받았는지 개 세 마리가 마구 짖어댔다. 그 소리 때문인지 학교 옆에 있는 집에서 아저씨 한 분이 나오셨다. 이곳 마산아트센터의 대표 김창수 씨였다.

우선 인사를 드리고 앉을 자리를 마련하려고 운동장으로 들어선 순간 설렘을 만족시킬 만한 풍경을 보게 되었다. 작지만 공원 같고, 공원보다 편안한 느낌을 주는 신기한 곳이다. 다른 미술관에서는 느끼지 못할 느낌이다. 폐교라는 말을 들어서 폐교의 이미지와 아트센터의 이미지를 같이 상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잔디를 잘 깔아놓은 운동장에는 자연스럽게 흩어져 서 있는 조각과 미술품들 그리고 나무와 산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곳이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이 의외의 풍경을 보여준다. 작품들의 출신도 다양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돌을 깎아 만든 조각부터 쓰레기더미라는 소리를 들은 미술품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폐교였던 학교 건물은 1층 건물이다. 소박해 보이는 아담한 곳이지만 그 속에는 다양한 작품들과 이것을 살려줄 멋진 조명도 설치되어 있다. 한 쪽에 있는 작가들의 작업실은 들어가 보지 못한다. 그곳은 작가들만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복도를 들어서면 양옆으로 그림들이 쭉 걸려있다. 갤러리 한 편의 작은 창문으로 빛이 들어온다. 조명도 있지만 자연의 빛도 함께 해 주는 멋진 곳이다.

작가의 이름, 그림의 제목은 없다. 그래서 나만의 그림 해석을 해 본다. 이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작가는 나와 다른 사람이다. 그래서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꼭 그 사람의 생각으로 그림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림을 보고 느끼고 이해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지 작가의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이곳을 거의 사비를 들여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김창수 씨는 "문화라는 것에 대해 외국은 개인들도 기업들도 후원을 많이 한다고 한다. 우리 나라는 아직 이런 지원이 많지 않은 편인 것 같다."고 했다. 좋은 뜻으로 운영하는 곳인데 모두를 위한 정서적 문화 공간으로 한번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조금의 후원이라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마산에 문신미술관에 이어 또 하나의 마산을 대표할 문화공간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아직 완벽한 준비는 덜 되었을지라도 이 곳을 찾는다면 아마 편안한 마음과 여유로움을 지니고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뷰] 김창수 대표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연과의 교감

Q. 다른 곳에서 화랑을 오래 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해서 이곳에 아트센터를 만들게 되셨나요?

A. 아트센터를 운영하기 전에 화랑을 운영했는데 마산에서 10년, 부산에서 10년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사회적인 문화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곳에 아트센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Q. 굳이 폐교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전국적으로 산업화가 되면서 시골의 젊은이들이 도시로 많이 나가게 되었습니다. 자연적으로 어린이들이 줄어들면서 작은 시골 학교들이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요즘 이런 곳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이 눈에 띄는데요. 이런 형태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과 유럽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습니다. 유럽은 빈 역사를 일본은 빈 관공서를 미술관이나 아트센터로 많이 활용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그냥 방치될 수도 있었던 곳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Q. 일반인들이 예술을 어렵게 생각하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순수예술은 대중과의 거리가 너무도 멀게 느껴집니다. 맛있는 음식은 먹어본 사람이 알듯 그것에 접근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예전 화랑을 할 때에도 일반 시민들은 그저 이런 곳은 어려운 곳이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많이 찾아오지 않는 것 같았고요. 이 문제는 우리나라 문화의 기반이 잘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네요. 공부만 많이 했지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처음 만난 사람을 보는 것과 다름없이 그림을 보고 감상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문화공간은 일본의 1/50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정도로 절실한 것이 문화 공간입니다. 지금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은 되었기 때문에 정서적인 행복이 필요할 때입니다.

Q. 이곳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A. 이곳은 폐교였지만 잔디도 심고 해서 야외 미술관처럼 꾸몄습니다. 누구든지 편안하게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곳이죠.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자연과 이곳의 접근이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라도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학교 안의 반은 여기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위한 작업실이고 반은 그림을 전시하고 있는 곳입니다.

Q. 앞으로 이곳을 어떻게 해 나가실 생각인가요?

A. 학교 뒤에 있는 산을 테마공원으로 만들 생각이에요. 이곳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공원이 만들어진다면 아마 요즘 주 5일제로 여가를 즐길 시간은 많아졌지만 정신적인 여가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전시작품은 항상 같은 것인가요?

A. 아닙니다.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새로운 작품으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오는 10월에는 개관 1주년을 기념해서 50인의 작가 작품을 전시할 계획입니다.

Q. 시골이라 사람이 많지 않은데 방문객은 어느 정도 인가요?

A. 주말에 20명 정도 오는 편인데 아직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편은 아닙니다. 전문적인 관리 문제, 테마공원 조성문제, 아이들 놀이터 만드는 것 등 저는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이 알리지 않았는데 준비가 된다면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경남대학보사 하현영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