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까? 마산어시장축제
가볼까? 마산어시장축제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5.09.0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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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합니더, 사가이소∼"
AGAIN 1980

"뜨리미하고 갈랍니더. 팔천원만 주고 사가이소"
"이거 싸다! 사가이소"

비오는 날에도 불구하고 작은 파라솔 밑에서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하시는 말씀이다.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에서는 볼 수 없는 인정이 넘치는 풍경들이다. 바다내음이 가득하고 새우부터 명태까지 온갖 싱싱한 것들이 눈길을 끄는 곳이다.

"이거 좀 깎아 주이소. 칠천원 하모 되긋네"
"안되는데, 아지매. 그라모 우리 남는 거 없다"

남는 것이 없다고 하면서도 정까지 듬뿍 담아 파는 멋진 분들이 여기에는 많다. 싱싱한 것들을 기분 좋게 살 수 있는 곳이다. 구수한 사투리를 듣는 재미도 있다. 흥정하는 재미도 있다.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에서는 고급스럽고 예쁘게 치장해 돈으로 손님을 끄는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여기 어시장은 몸과 마음으로 손님들을 따뜻하게 해 준다.

그렇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재래시장보다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점을 선호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시설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장보다 대형 할인점에 가는 것이 익숙하다. 비가 올 때 우산은 계속 쓰고 있어야 하고 물건도 주렁주렁 손에 들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요즘은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 비를 막아줄 천장이 설치되어서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된다. 바닥에 블록도 깔렸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젊은 세대들이 재래시장만의 특색과 그 곳에서 느껴지는 인정미를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다.

'마산 어시장 축제'는 지난 2000년에 재래시장을 살리고자 모인 상인들이 어렵지만 한푼 두푼 모아 축제를 시작한 것으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어느덧 6회째를 맞이한 전어축제는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마련하여 마산 어시장을 대표하는 장의 하나로 굳어지고 있다.

올해 축제의 슬로건은 '싱싱한 경제, 활력천국의 장, Again 1980!'으로 1980년대 전국 7대 도시이던 마산에서 번성했던 어시장의 명성을 되찾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 각각 열정의 날, 어울림의 날, 젊음의 날, 희망의 날이라는 타이틀이 있는 이 축제에서는 예전 축제보다 하루 늘어난 나흘이라는 기간동안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전어 무료 시식회로 시작해서 어린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즐기고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세세한 노력이 엿보이는 어시장 축제로 인해 시민들이 어시장을 한 번 더 찾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모두에게 하루라도 빨리 축제를 알리기 위해 벌써부터 어시장 주변은 축제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다. 축제 속에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들뜨는 기분이다. 축제 안내장에는 어시장 축제뿐만 아니라 마산시의 9경과 인근 관광지까지 표시해 마산의 관광지를 모두 둘러볼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어시장의 깊은 역사도 안내장 속에 있다.

축제에 앞서 소비자를 위한 친절·봉사·서비스를 위해 8월 한달 간 매주 '수요일은 회 먹는 날'로 정해 20% 할인 행사를 벌였다. 하경규 씨(축제 위원회 고문)는 "수요일 회 먹는 날은 그동안의 소비자들의 사랑을 환원하기 위한 행사였다. 반응이 괜찮은 것 같아서 아마도 한 달에 한 번씩은 회 먹는 날을 계획할 것 같다"며 "수산물은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생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유통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많다. 만약 어제 전어의 시세가 12,000원이었는데 바다 사정이 안 좋아서 물량이 많지 않으면 전어 값이 좀 더 올라간다. 수급과정을 모르는 소비자들이 비싸다고 한다. 그런 게 아닌데 우리 상인들의 마음도 조금만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전어축제에서의 무료 시식회에서도 수급과정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전어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면 다른 것이라도 대체하겠다는 축제위원회의 말에서 시민들이 축제를 부족하지 않게 느끼도록 하려는 노력을 여기저기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노력과 전통 있는 시장임에 불구하고 사정이 예전 같지는 않아 보인다. 백화점이나 할인매장에 밀리고 있다. 하경규 씨는 "예전의 활기찬 재래시장을 생각하면 그때를 찾기 위한 지금의 상인들 몸부림이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시민들이 어시장을 많이 찾아와서 옛 추억을 많이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민들은 물론 상인들 모두가 노력해서 추억이 많고 정이 많은 그 곳을 잃지 않게 되길 바란다.

**마산 어시장의 역사**

마산 어시장은 마산창이 설치된 이후 창원부사가 조창에 관원과 조군을 배치하고 선창주변에 마을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시장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당시 마산장에서는 어민들이 어획한 각종 수산물을 비롯해 농산물, 옷감, 유기그릇 등이 거래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1899년 마산포가 개항되면서 외국의 공산품들이 들어와 시장 활성화와 함께 마산경제를 지탱하는 근간이 됐다. '만기요람'에 마산포의 객주(현재 수협의 기능과 유사)가 130호나 됐다는 기록으로 미뤄 당시 구마산 어시장이 상당히 번창한 것으로 짐작된다. 조창을 중심으로 한 어시장은 마산항 매립과 함께 현 위치인 동서동 합포로∼해안로 사이와 수협주변으로 확장된다.

마산항은 한일병합 이후 1914년 현재의 남성동 우체국·극동예식장 일대 1만 1000여평을 매축한 것을 시작으로 1927∼1940년 사이 수차례 홍콩바(대우백화점 뒤 편)∼수협 사이 구항 6만 7000여평을 매립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25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어시장은 지난 48년 객주들의 협의기관인 '합포사'가 조직되고 62년 마산어업조합이 설립됨으로써 어획물의 입하와 판매망이 일원화 됐다.

<경남대학보사 하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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